[벤치명암] '대역전 + 2연승'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 "3승 해야 끝나지"

현승섭 2021. 3. 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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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용인/현승섭 객원기자] 정규리그 4위 우승 신화를 눈앞에 둔 임근배 감독이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고요한 호수 같았다.

용인 삼성생명은 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한별의 역전 득점으로 84-83,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생명은 이제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남은 승리는 단 1승. 1, 2차전을 잡았던 팀들이 모두 챔피언이 됐던 역사를 되돌아보면 삼성생명은 이제 우승 트로피를 코앞에 뒀다고 봐도 무방하다.

 

3쿼터에 승기를 서서히 끌어당겼던 쪽은 KB스타즈였다. 게임 체인져는 허예은이였다. 허예은은 3쿼터에 3점슛 1개 포함 5득점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기록 자체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지만, 기록을 만들어냈을 때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삼성생명이 추격 기세를 올릴 때마다 3점슛과 스틸로 흐름을 끊었다. 여기에 박지수(11득점)와 강아정(8득점)이 3쿼터에만 19점을 합작하며 지친 기색을 보인 삼성성명을 압박했다. 3쿼터 한때 점수 차는 14점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반격이 거셌다. 삼성생명이 배혜윤의 골밑 득점과 신이슬의 3점슛을 시작으로 거세게 몰아붙이자 전광판에 표시됐던 ‘56-66’은 어느새 ‘71-66’으로 바뀌었다. 이와중에 김민정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허예은의 레이업으로 호흡을 고른 KB스타즈 최희진의 자유투 두 방으로 점수 차를 단 1점 차(70-71)까지 좁혔다. 리바운드를 다투던 중 배혜윤이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 1개를 넣었다.

삼성생명이 한 걸음 더 달아난 상황. 박지수의 패스를 받고 컷인 레이업을 시도하던 허예은에게 배혜윤이 5번째 파울을 범했다. 허예은이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넣으며 점수는 72-72, 남은 시간은 31.2초였다.

삼성생명이 공격할 차례. 베이스라인에서 스크린을 시도하던 김보미와 이를 피하려던 박지수가 충돌했다. 김보미는 강심장을 발휘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74-72).

15.4초, 이제는 KB스타즈의 공격. 김한별이 박지수의 골밑 공격을 잘 버텨냈다. 필사적으로 공격리바운드를 따낸 박지수, 그의 패스는 강아정에게 향했다. 김보미는 찰거머리처럼 강아정에게 달라붙었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기 직전, 강아정이 김보미의 5반칙을 유도했다. 정규리그 자유투 성공률 90.4%를 자랑하는 강아정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 74-74. 양 팀은 챔피언결정전 역사상 6번째 연장에 돌입했다.

양 팀은 3점 차 내에서 살얼음판 대결을 벌였다. 연장 종료 1분 12초 전, 박지수가 하이포스트에서 뿌린 패스를 받은 심성영이 리버스 레이업으로 마무리했다(81-83). 김단비의 5반칙 퇴장은 덤. 그러나 앤드원은 완성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이명관을 투입했다.

KB스타즈가 줄을 힘껏 당긴 상황, 윤예빈이 과감한 돌파로 박지수의 반칙을 이끌어냈다. 윤예빈이 자유투 1개를 넣으면서 82-83, 삼성생명은 여전히 1점 차로 뒤처지고 있었다. 악재까지 겹쳤다. 연장 종료 27.9초 전, 윤예빈은 골밑에서 최희진, 염윤아에게 둘러싸였고, 비디오 판독 끝에 KB스타즈의 공격권이 선언됐다.

그런데 여기서 큰 변수가 발생했다. 연장 종료 6초 전, 샷 클락에 쫓긴 심성영이 트레블링을 범했다. 삼성생명의 마지막 공격, 공은 김한별에게 향했다. 김한별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박지수를 밀어내고 골밑슛을 터뜨렸다. 84-83, 남은 시간은 0.8초. 허예은이 뿌린 인바운드 패스는 박지수의 손에 닿지 않았다. 삼성생명이 연장 끝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역전 득점을 기록한 김한별은 19득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기록했다. 윤예빈(21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은 경기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5반칙 퇴장을 당한 배혜윤(18득점)과 김보미(14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의 활약도 돋보였다.


경기 종료 후 임근배 감독의 첫마디는 “머리가 아프다(웃음)”였다. 임 감독은 “우리뿐만 아니라 KB스타즈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더는 할 말이 없다. 워낙 어려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1차전과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데,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압박을 이겨낸 선수들과 상대 팀 KB스타즈를 칭찬했다.

임근배 감독은 특별히 KB스타즈의 주축 박지수에 대한 칭찬을 덧붙였다.

“지수는 너무 힘든 상대다. 대한민국 여자농구에서 박지수를 이기려면 죽기 살기로 해야 겨우 이긴다. 정말 훌륭한 선수다.

지수는 정말 근성이 뛰어난 선수다. 190이 넘는 선수가 허리가 꺾여도 루즈볼을 잡으려고 한다. 그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리바운드 많이 잡고 골밑슛을 넣는 건 키가 크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박지수는 일반 선수들도 힘들어서 포기하는 루즈볼을 향해 몸을 던져서 건지려고 한다. 대단한 근성이다. 다른 팀 선수지만, 인정한다.“

이어서 박지수를 향한 수비 방식이 다소 바뀌었다는 지적에 임 감독은 빙긋 웃으며 ”4쿼터에 3차전에 사용할 수비 전술을 미리 썼다. 선수들이 아직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했는데, 내일은 말로 설명해보려고 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1차전 4쿼터에 3점 쐐기포를 넣었던 신이슬. 이날 경기에서도 4쿼터 비슷한 시간대에 3점슛을 터뜨렸다. 신이슬은 이날 경기에서 3점슛 2개 포함 8득점 3리바운드 1스틸 1블록슛을 기록했다. 임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한 방씩 해결해주고 있다. 이런 경기를 이겼으니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신이슬의 활약을 반겼다.

김단비, 김보미, 배혜윤까지 총 3명이 5반칙 때문에 벤치로 물러났다. 그런데도 삼성생명은 KB스타즈의 거센 압박을 기어이 이겨냈다. 5, 6라운드에 여러 선수를 기용한 효과를 누린 것인지 물은 질문에 임 감독은 “결과가 이렇게 됐는데, 내가 예언가도 아니고 그것까지 예상하진 못한다(웃음).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됐을 때부터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을 선발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가비지 타임에 선수들을 투입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래야 혹시라도 필요할 때 뛸 때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무슨 능력으로 이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겠는가”라며 웃었다.

82-83, 남은 시간은 6초. 인바운드 패스는 김한별에게 향했고, 김한별은 박지수를 뚫고 역전슛을 터트렸다. 임 감독은 “의도했던 패턴이다. 한별이가 사이드 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게 하고 한별이가 공격 방식을 선택하게 했다. 한별이가 슛을 잘 넣었다. 지수가 힘드니까 오른쪽 돌파를 내줬던 것 같다”라며 역전 순간을 되돌아봤다.

2차전이 연장까지 이어진 바람에 체력이 바닥났을 터. 임 감독은 “이제 더는 연습할 것도 사실 없고 쉬어야 한다. 말로 전술을 설명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1, 2차전을 잡은 팀들은 모두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끝으로 임 감독은 “그런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 어느 팀이든 3승을 해야 끝난다. 우리는 아직 3승을 거둔 게 아니다. 그저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제 WKBL 팬들의 시선은 청주로 향한다.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은 어느덧 우승 트로피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삼성생명은 청주에서 축배를 들 수 있을까? 3차전은 이틀 뒤 청주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julianmint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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