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아내 디지털 그림 65억, 트위터 첫 게시물 28억..'억' 소리 나는 가상 현실

홍성용 2021. 3. 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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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인 김지윤 양은 요새 집 밖으로 나가서 놀지 않은 지 꽤 됐다. 대신 가상공간 '제페토'에서 논다. 김양은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에게 직접 사인을 받았다. 블랙핑크가 찍은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세트장에서 셀카도 찍었다. 모두 제페토에서 이뤄진 일이다. 김양은 "요새 학교에서 제페토 안 하는 친구가 없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친구들과 모두 제페토에서 만났다"며 "블랙핑크 언니들 사인회도 갔는데, 방탄소년단 오빠들도 사인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① 네이버제트의 아바타앱 `제페토`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Z세대(1997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온라인 놀이터가 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기반 3D 아바타 애플리케이션 '제페토'가 대표적인 놀이터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 세계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제페토는 메타버스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8년 출시 이후 크게 늘어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수만 2억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역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제페토 전체 서비스 이용자의 90%가 해외 이용자이고, 연령대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이용자의 80%가 10대다.

제페토는 2018년 처음 출시됐을 때 아바타를 생성하고 옷을 입히는 인형 놀이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소셜미디어 성격으로 바뀌었다. 업그레이드 버전에서는 아바타끼리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이용자들 참여를 이끌어냈다. 더욱이 제페토는 네이버의 AR 기술을 활용해 자기 사진으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꼽히는데, 표정을 1000개 넘게 지원한다.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아바타가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싶은 10대들의 마음을 그대로 공략했다.

이후 제페토는 현실에서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상공간에 직접 도입했다. 이용자가 제페토의 가상 월드인 '제페토 월드'에서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스타의 방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페토는 지난해 9월 블랙핑크가 신곡 '아이스크림'을 선보이자 캐릭터가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무대를 3D 맵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사인회에는 무려 46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다녀갔다.

또 제페토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자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와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구찌가 먼저 공개한 버추얼 컬렉션은 조회 수만 300만건을 넘었다. 제페토 관계자는 "제페토에서는 다양한 IP를 활용해 협업해왔고, 구찌와의 협업 같은 컬래버레이션이 지속될 예정"이라며 "마케팅을 위한 기업들의 공간 사용, 공공기관의 홍보 목적 공간 창출과 같은 이슈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제페토를 제외한 대표적인 메타버스 사례로는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포트나이트(Fortnite)'의 3D 소셜 공간 '파티로얄'을 꼽을 수 있다. 파티로얄은 이용자들이 게임하는 공간이 아니다. 아바타로 다른 이용자와 함께 콘서트,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이 공간에서 트래비스 스콧, DJ 마시멜로 같은 유명 래퍼의 콘서트를 진행했다. 트래비스 스콧 공연에는 1230만명이 동시에 접속했다. 가상 공연 매출만 2000만달러(약 226억원)에 달했는데, 가상 공연은 이후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매출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세계에서의 음원 이용률도 25%나 상승했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도 파티로얄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② 일론 머스크의 아내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NFT 예술품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경매 시장에 내놓은 트위터의 첫 게시물 입찰가가 250만달러(약 28억원)까지 올라갔다. "지금 내 트위터를 설정하고 있다(just setting up my twttr)"고 쓴 게시물은 도시 CEO가 2006년 3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처음 올렸다. 특히 이 게시물은 온라인 경매에 대체 불가능 토큰인 'NFT' 거래 방식으로 내놓은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란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반 진품 보증서다. 구매자는 디지털 토큰 형태로 디지털 예술품과 비디오 소유권, 게임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다. NFT는 안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갖췄다. NFT를 적용한 토큰은 각각 고유한 값을 지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가 담긴 '메타데이터'와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타임스탬프'가 합쳐져 고유한 토큰 값이 생성되는 형태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거래소에서 화폐를 담아두는 개별 지갑이 별도로 주소가 존재하지만 다른 비트코인과는 동일한 가치로 값이 매겨진다. 하지만 NFT는 일종의 '가상 수집카드'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각각의 수집카드마다 가치가 다르다. 트위터 CEO의 첫 트위터 게시글, 노래가 담긴 디지털 그림, 르브론 제임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등 어떤 콘텐츠가 NFT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

대중의 레이더 밖에 있던 NFT는 최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아내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 판매 대금 덕에 꽤 알려졌다. 그라임스는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 10점을 무려 580만달러(약 65억원)에 팔았다. 작품이 완판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그라임스가 온라인 경매에 올린 디지털 그림 컬렉션 10점의 제목은 '워 님프(War Nymph)'였다. 공개된 작품에는 날개 달린 아기 천사가 행성 주위를 도는 모습과 함께 그라임스의 노래가 배경으로 깔려 있는 그림이 포함돼 있다. 그라임스는 작품 속 아기 천사가 '신 창세기의 여신'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프로농구(NBA)가 출시한 농구를 테마로 한 수집품 판매 NFT 플랫폼 'NBA톱샷'은 NFT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최근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은 20만8000달러(약 2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댑레이더에 따르면 NBA톱샷은 지난 2월 전체 NFT 시장에서 판매된 물량의 65%를 차지했고, 매출액만 2억2500만달러(약 2540억원)를 훌쩍 넘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빈켈만)이 만든 10초짜리 비디오 클립 NFT는 지난 2월 NFT 거래소에서 660만달러(약 74억원)에 팔렸다. 최초 판매 가격은 6만7000달러(약 7560만원) 수준이었다.

NFT 시장은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관심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NFT 분석 사이트 논펀지블닷컴 등이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달러가 쓰인 NFT 거래량은 2019년 6286만달러(약 709억원)에서 2020년 2억5085만달러(약 2832억원)로 4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NFT 시장은 올해 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출시된 NFT 중 상위 3개 토큰의 2월 판매액은 무려 3억4200만달러(약 3861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7100만달러(약88억원)에서 43배나 높아진 수치다.

③ 지구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 `Earth2.io`
◆ 가상지구에 부동산 투자를

가상 아바타 월드, 가상화폐, 가상 수집카드에 이어 지구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도 출현했다. 'Earth2.io'는 온라인 공간에 구현한 '가상지구'다. 가로·세로 10m 크기 타일로 지구를 나눠서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이곳에서 전 세계 유명 도시와 대표 유적지들은 구매할 수 있다. 워싱턴과 뉴욕을 포함한 북미, 파리와 로마 같은 유럽, 한국의 서울까지 전 세계 지역의 땅을 구매할 수 있는데, 유명 지역들은 이미 작년 말에 비해 수십 배 가격이 올랐다.

땅을 구매한 30대 김민규 씨는 "초창기 가상화폐거래소가 막 출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온라인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코인을 거래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았나. 근데 지금 비트코인 하나에 5000만원이 넘는다"며 "미래에는 이곳 가상지구의 땅 가격도 폭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국내 사용자는 2020년 12월 8만원에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포함해 주변 땅들을 모조리 사들였는데, 현재 사들인 곳의 가치가 400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와 달리 가상지구에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Earth2 거래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플랫폼이 갑작스럽게 닫혀도 투자 자산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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