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출신 두 감독 "우리 경기는 빅리그 스타일로"
이닝 '20구 제한' 룰로 연습경기
한국 선수들 '헌신성' 의견 일치
[경향신문]
“하이, 아임 카를로스 수베로.”
9일 오전 10시40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올 시즌 시작 전 처음 연습경기에서 만난 KIA와 한화의 선수들이 경기 전 몸을 풀고 있었다. 선수들 사이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사진 오른쪽)이 통역과 함께 움직여 3루 더그아웃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KIA 맷 윌리엄스 감독(56·왼쪽)이 있었다. KBO리그 40년, 비공식 경기지만 한 구장에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이 마주 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지난해 부임한 윌리엄스 감독에 시즌을 마치고 수베로 감독이 한화의 첫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복수 외국인 감독 시대가 열렸다.
두 사람은 지난달 캠프 초반에 윌리엄스 감독의 연락처를 받은 수베로 감독이 전화하면서 처음 인사를 했지만 직접 만나 손을 맞잡은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에서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다.
두 감독의 대화는 2분 정도 이어졌다. 첫 대면인 만큼 자신을 소개했고 이날 연습경기 룰을 간단하게 합의했다. 두 감독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적용된 ‘20구 투구’룰에 합의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주자가 쌓이는 순간 이닝이 갑자기 종료되는 상황이 나왔다. 5회말 한화가 2사 주자 만루의 기회에 라이온 힐리가 나와 KIA 김현준과 맞섰지만 이미 이닝 투구수가 20개를 넘어 24개가 되자 공수가 교대됐다. 두 감독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메이저리그 스타일’이었다.
두 감독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달랐다. 윌리엄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데뷔해 선수 시절 애리조나에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다. 감독으로는 2014년 워싱턴 구단을 이끌던 당시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 시절 유명하진 않았지만 마이너리그 지도자로 육성에 강점을 보였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지도자 경력으로나, KBO 경력으로나 훨씬 선배인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을 구장에서 발견하고 먼저 가 인사를 청했다. 아직 많은 것이 달라 보이는 두 감독이었지만 의견일치를 본 부분은 있었다. 바로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 성실성, 팀플레이에 기여하려는 헌신성 등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윌리엄스 감독도 수베로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두 감독은 앞으로도 자주 교류하기로 하고 인사를 끝냈다”고 전했다.
두 감독은 9~10일 2연전을 시작으로 오는 13~14일에는 광주로 장소를 옮겨 총 4번 상대한다. 두 감독이 각 팀에서 만들어냈던 변화의 크기만큼이나 함께 만들어갈 변화의 바람이 올 시즌 KBO리그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대전 |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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