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티지, 스마트폰 업계로 '불똥'
[경향신문]
자동차 업계에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스마트폰 업계로 번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핵심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일부 품종을 단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샤오미가 미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스마트폰 업계는 ‘폭풍 전야’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반도체 세계 1위인 퀄컴 등의 공급 지연으로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등이 스마트폰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퀄컴은 중국 업체들에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애플에 5세대(5G) 모뎀칩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생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생산에 쓰일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등 공급 지연 사태…애플·삼성전자·샤오미 생산 차질 가시화
미·중 갈등으로 중국 업체 추가 제재 땐 삼성 등 반사이익 가능성
원인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공급은 그만큼 단시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스마트폰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미 올해 생산할 반도체 주문이 꽉 차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차량용 반도체가 먼저 품귀 현상을 빚었지만,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스마트폰 반도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퀄컴의 중급 AP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최근 한파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것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가시적인 피해는 퀄컴 등 외국 회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큰 중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중국 관세 당국인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올해 1~2월 중국에서 수입한 반도체 소자가 964억개로 지난해 11~12월 1083만개에 비해 11%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루웨이빙 샤오미 중국법인 사장은 최근 신제품 발표회에서 “올해 반도체 상황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P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들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퀄컴의 부품 납품 주기가 30주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들은 일부 재고가 바닥난 모델을 단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반도체 품귀 현상은 당장 올해 안에 해결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급 부족은 스마트폰 생산 지연과 반도체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스마트폰 업체들엔 여러모로 악재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상황이 악화할 경우 올해는 반도체 수급 문제를 잘 해결하는 제조사가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증폭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은 중국 화웨이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던 샤오미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쟁사들도 향후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1월 샤오미 등 중국 기업 9곳이 군사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샤오미는 블랙리스트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최근 워싱턴 연방법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샤오미 창업주 레이쥔이 2019년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자상’을 수상한 사실을 중국군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제재 기조는 이어지고 있어 샤오미도 화웨이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8.8%에서 지난해 11.2%로 높아졌다. 샤오미가 제재를 받으면 업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나 중국의 오포 등 경쟁자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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