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실무 협상 시작..안철수·오세훈 '물밑 신경전'
'이탈표 방지' 두 후보는 훈훈
[경향신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서로 당사를 교차 방문하는 등 단일화 분위기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양당 실무진 사이에선 단일화 시기, 여론조사 방식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후보들은 대승적 단일화를 주장하지만 실무진은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처음 만났다. 양측은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고 규정했지만 시작부터 신경전은 치열했다. 국민의힘 협상단장격인 정양석 사무총장은 인사말부터 “우리 국민의 여망은 반드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넘어서 정당 단일화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거부하고 있는 합당 및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정 사무총장은 국민의당의 협상단장격인 이태규 사무총장을 향해서 웃으며 “발언이 너무 세시더라”면서 “앞으론 ‘침대축구’(고의적인 지연전술)란 용어는 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앞서 이 사무총장이 국민의힘이 시간을 끌고 있다며 협상을 빨리 하자고 촉구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정 사무총장을 향해 “세게 해야 오늘 나오실 것 같았다”며 “침대축구(란 용어는) 언론이 쓴 거고 우린 단 한마디도 그런 용어 쓴 적 없다”고 맞받았다.
양당은 10일 실무진 협의를 거쳐 11일 2차 실무협상단 회의를 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한 회의 참석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방식, 기호 문제 같은 것들은 2차 회의 때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당의 신경전은 장외에서부터 뜨거웠다. 이 사무총장은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실무협상 착수와 함께 여론조사 방식 유지, 기호 2번 수용 불가 등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민 참여 경선방식 도입의 정당성, 후보 이름 앞에 정당명 표기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맞섰다.
다만 두 후보는 연일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7일 ‘맥주 회동’을 했고 이날 오전엔 안 후보가 국민의힘 서울시당을 방문했다. 오 후보는 오후 국민의당 당사를 방문했다. 후보들이 규칙 싸움에 직접 나서지 않게 함으로써 지지율 이탈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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