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 J D 샐린저 [우태희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필자가 뉴욕총영사관 근무를 위해 가족과 함께 탄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호밀밭의 파수꾼> 1권을 가방 안에 넣었는데, 어쩌다 보니 옆자리에 앉은 딸이 먼저 읽었다. 공교롭게도 입학하는 국제학교 월반(越班) 인터뷰에서 이 책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딸은 대답을 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조기 졸업이 가능해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뉴욕 맨해튼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가 이틀 동안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1인칭으로 대화하듯 풀어간 소설이다. 사립학교를 중퇴한 이후 기성세대의 위선에 절망한 주인공은 어린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한다. 저자는 주인공의 정신적 방황을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한 이중성과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숱한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며, 이를 겪어야 ‘진정한 나’라는 존재로 바로 설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본연의 자아를 버리고, 사회가 정해놓은 틀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기성세대가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애정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요즘, 기존엔 상상도 못했던 변화들이 비즈니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어찌 보면 질풍노도 같은 환경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의 처지가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우리 기업들이 다시 비상할 수 있도록 모두의 응원이 필요한 때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듯 우리의 응원이 기업들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우태희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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