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령탑 첫 대결이 끝나고 수베로는 그라운드를 달렸다 [발퀄현장]

장민석 기자 2021. 3. 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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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KIA와 한화의 연습경기가 끝나고 수베로 감독이 달리는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맷 윌리엄스 KIA 감독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연습경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 / 한화 이글스
9일 오전 이글스파크. 원정을 온 KIA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려 야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대전=장민석 기자

3월 9일,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연습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습니다. 비록 연습경기이지만,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두 외국인 사령탑이 맞붙는 날입니다.

이글스파크 앞 KIA 타이거즈 구단 버스. / 대전=장민석 기자
KIA 구단 버스에서 내리는 멩덴과 브룩스. / 대전=장민석 기자

경기장 앞에 KIA 타이거즈 선수단 버스가 와 있습니다. 버스에 그려진 호랑이가 매우 강렬합니다. ‘원투 펀치’인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의 모습이 보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48경기에 선발로 나선 멩덴은 KBO리그에서 가장 좋은 커리어를 보유한 외국인 투수 중 하나입니다.

한화와 KIA 선수들이 연습경기에 앞서 훈련하는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한화 선수들의 훈련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다 타이인 18연패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시즌을 보낸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으며 활기를 찾은 모습입니다. 수베로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내부 경쟁이 뜨겁습니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정은원-노시환-하주석-힐리-이성열-최재훈-임종찬-유장혁-최인호 순으로 타선을 짰습니다. 외국인 투수 카펜터가 선발로 나섰습니다.

KIA 선수들의 훈련 장면. / 대전=장민석 기자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유니폼을 바꾸었습니다. 검정색 바탕의 원정 유니폼이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로 보니 깔끔합니다. 특히 빨간색 모자가 확 튀는데요. 햇빛에 비친 모자는 ‘핫 핑크’라는 느낌이 들 만큼 색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KIA는 올해 처음으로 원정을 왔습니다. 최원준-김선빈-터커-나지완-오선우-김호령-김태진-한승택-박찬호로 타선을 구성했습니다. 선발은 장현식이 나왔습니다.

연습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수베로 감독. / 대전=장민석 기자

연습경기에 앞서 수베로 한화 감독을 만났습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과는 오늘 만나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거제에서 스프링캠프를 할 당시에 통화는 한 번 했다고 하고요. 두 감독이 악수하는 장면에서도 수베로 감독은 자신이 아끼는 글러브를 끼고 있네요.

수베로 감독은 “윌리엄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올스타급 선수로 활약했고, 워싱턴 내셔널스에선 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며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분”이라고 추켜 세웠습니다.

한화는 키움과 벌인 지난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6-0, 8-0의 시원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한화 팬들이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굉장히 이른 시기라 일희일비할 순 없지만 투타와 주루 등 여러 가지 준비했던 것들을 잘 보여줬다.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좋은 결과를 얻는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경기였다”고 말했습니다.

수베로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팀 케미스트리를 강조하고 있다”며 “서로 신뢰하는 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나 역시 감독이란 타이틀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에 나선 맷 윌리엄스 KIA 감독. / 대전=장민석 기자

이어 나타난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KBO 리그 2년차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윌리엄스 감독은 수베로 감독이 수비 시프트를 자주 활용한다는 얘기에 “미국에서 야구를 한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이라며 “한화의 수비 시프트를 뚫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KBO리그의 외국인 사령탑이 가장 고전하는 일 중 하나가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입니다.

윌리엄스 감독은 “수베로 감독에게도 큰 과제일 것이다. 나 역시 너무 어려워 작년엔 이름 대신 별명으로 외울 때가 많았는데 이젠 그래도 익숙해진 편”이라며 “하지만 황대인의 황(HWANG)처럼 낯선 알파벳 조합의 발음은 여전히 어렵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수베로 감독은 가족이 함께 온 만큼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넸습니다.

지난해 ‘선물 투어’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올해도 이벤트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는 “준비한 물품이 오늘 아침에 도착했다”며 “엄청나게 귀하고 특별한 물건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막 때까지는 비밀로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윌리엄스 감독은 어떤 고민이 있을까요. 그는 “몇 가지 물음표가 있다”며 “미국으로 떠난 양현종을 대신할 한두 명의 선발 투수를 찾아야 하고, 당분간 불펜에서 이탈한 전상현의 공백도 채워야 한다. 모든 선수에겐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글스파크의 광고판. 은퇴한 김태균과 송광민, 키움으로 이적한 이용규가 보인다. / 대전=장민석 기자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아직 2021시즌 개막 전이라 작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요. 2020시즌 한화의 핵심 선수들이 들어간 광고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태균과 송광민은 은퇴했고, 이용규는 키움으로 갔네요. 올 시즌 광고판엔 어떤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구단 역사가 담긴 벽면. 2020시즌의 내용은 없다. / 대전=장민석 기자

야구장엔 한화 이글스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연도별 주요 기록이 있는 벽에 역시나 2020시즌은 없습니다. 지난해는 한화로선 잊고 싶은 시간일 겁니다.

이글스파크의 송진우 영구결번 기념물. / 대전=장민석 기자
이글스파크의 정민철 영구결번 기념물. / 대전=장민석 기자
이글스파크의 장종훈 영구결번 기념물. / 대전=장민석 기자

한화의 영구 결번 선수들입니다. 21번 송진우, 23번 정민철, 35번 장종훈 모두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입니다.

1회초 나지완의 타석 때 한화가 시프트를 가동한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5회초 터커의 타석 때 한화가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위 사진은 1회초 나지완의 타석 때 한화가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 장면입니다. 당겨치는 우타자 나지완을 대비해 수비가 좌측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수베로 감독은 최근 연습경기에서 변화무쌍한 시프트 작전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5회초 터커의 타석. 한화는 좌타자 터커를 맞아 오른쪽으로 치우친 수비 진용을 보여줍니다.

5회말 투아웃에서 투구 수 초과로 이닝이 끝나는 장면. / 대전=장민석 기자

KIA가 3-0으로 앞선 5회말 한화 공격. 2사 만루에 힐리가 타석에 나설 차례이지만, 이닝은 그대로 종료됐습니다. KIA 투수 김현준이 5회말에만 24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경기는 양 감독의 합의에 따라 아웃카운트가 아니라 투수의 투구 수로 이닝을 끊었습니다. 이닝당 공 20개가 기준이 됐습니다. 미리 합의한 사항이지만, 아까운 기회가 날아간 한화 주자들은 아쉬운 듯 천천히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습니다.

9일 연습경기에서 3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KIA 오선우.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경기는 KIA 타이거즈의 3대0 승리로 끝났습니다. 선발 장현식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KIA는 이승재, 김현준, 김양수, 김재열, 정해영이 효과적으로 이어 던지며 실점 없이 이겼습니다.

타선에선 오선우가 3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1회 초 2사 2·3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카펜터의 변화구를 잡아당겨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낸 오선우는 3회 초 2사 1·2루에서 한화 두 번째 투수 김범수를 상대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양 팀 선수단이 각각 동그랗게 모인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경기가 끝나고 두 팀 선수들이 동그랗게 모인 모습입니다. 윌리엄스와 수베로 감독이 각각 선수들에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두 외국인 사령탑의 첫 대결은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 승부였습니다.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승리하고 기뻐하는 KIA 선수들.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윌리엄스 감독은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팀과 경기를 해서 좋았다”며 “선수들이 공·수에서 고루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작년 한화 원정 경기에 앞서 통역과 함께 이글스파크를 달리는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 / 대전=장민석 기자
수베로 감독이 연습경기 후 이글스파크를 달리는 모습. /대전=장민석 기자

경기가 끝나고 수베로 감독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야구장을 세 바퀴 정도 달렸습니다.

윌리엄스 감독이 원정을 올 때마다 경기에 앞서 통역 구기환씨와 함께 야구장 관중석과 그라운드를 뛰는 루틴은 이미 야구 팬들에게 유명합니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도 러닝이 취미인가 봅니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으로부터 윌리엄스의 운동 루틴에 대해 들은 수베로 감독은 “나도 운동을 좋아하고 나름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 시즌 두 감독의 맞대결 결과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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