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자동차회사가 을, 그럼 갑은? 배터리회사

류정 기자 2021. 3. 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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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업체 빼면 지금도 배터리 부족
전기차 수요 늘며 2025년쯤 폭증
2030년까지 배터리 부족 사태
완성차업체들 LG 등 '모시기'
핵심 부품 원자재는 중국이 장악

“(SK와 계약한 것은) LG가 우리에게 2022년 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안 했기 때문이다.”(폴크스바겐)

“배터리 회사들의 생산 부족 사태로 몇몇 자동차 회사는 계획했던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포드)

기아 첫 순수 전기차 EV6 티저 공개 기아가 9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전기차 EV6의 티저 이미지(디자인 일부만 공개된 사진)를 공개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공개한 아이오닉5와 같은 준중형급으로, 업계에선 “주문이 몰려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

지난해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리자, SK 측과 배터리 계약을 맺은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이 ITC에 낸 탄원서 내용이다. 이 업체들은 미국 정부에 “SK 조지아주 공장이 폐쇄되면 배터리가 부족해 계획했던 전기차 생산이 어려워진다”며 SK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부품사 한 곳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인데, 과거 내연기관차 시대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생태계 질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배터리가 완성차를 흔든다

최근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들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 기준으론 ‘일개 부품사’지만, 지금은 ‘갑’으로 모셔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대전환으로 배터리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데 공급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생존을 위해 경쟁력 있는 배터리 업체를 어떻게든 선점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2번째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GM으로선 LG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업계에선 “지금은 배터리 물량 확보가 더 시급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어떤 완성차 업체는 LG 측에 배터리 합작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급 면에서 보면 배터리 업체가 갑의 위치에 서는 상황은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현재 전 세계 배터리 공급 총량은 총수요에 비해 많지만 중국업체들을 제외하면 공급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2025년부터는 배터리 수요가 총공급량을 넘어서고 2030년까지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한 배터리 업체와 계약한 미국의 한 완성차 업체는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겪었다. 배상 이슈가 바로 불거지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 업체는 안정적인 배터리 확보를 위해 문제 제기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회사들도 증설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자신들이 돈을 내서라도 합작 공장을 세우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용량 배터리 글로벌 수요·공급 전망

◇전기차 부품 핵심 원자재 장악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에 우위에 서는 ‘먹이사슬 역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 생태계의 최정점에는 중국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핵심 부품에 필수적인 원자재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에 필요한 니켈·코발트·망간 중 가장 비싼 코발트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70%가 나온다. 그런데 콩고의 최대 코발트 광산 7곳 중 4곳을 중국이 소유하고 코발트 글로벌 생산의 40% 이상을 장악 중이다. 중국은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 제품인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을 혼합한 것)도 전 세계 공급량의 76%를 담당한다.

희귀금속은 아니지만, 배터리 양극재에 필요한 알루미늄도 중국이 세계 생산량 57%를 차지하고, 음극재에 들어가는 그라파이트와 실리콘 역시 각각 생산량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독점이 가장 우려되는 원자재는 전기모터 내 영구자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토류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 최대(4400만t) 국가로 과거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8%를 차지했다. 미국·호주 등이 견제하면서 지난해 생산 비율은 62%까지 하락했지만, 미국도 여전히 원재료를 중국에 보내 분리 가공 후 재수입하는 등 가공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희토류를 전량 수입하는데 그 절반이 중국산이다. 희토류는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중국엔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중국은 작년 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상품 수출을 국가가 제한할 수 있는 ‘수출통제법'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엔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희토류 생산·수출을 제한하는 초안을 마련하며 무기화의 서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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