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이 짬뽕과 단팥빵의 도시라고요?"..늬들이 군산을 알아?

양형모 기자 2021. 3. 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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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여행해 본 적이 있는가.

중식당 빈해원에서 얼큰한 짬뽕을 먹고 경암동 철길마을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 근대화거리를 둘러본 뒤 이성당에서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들고 돌아왔다면 군산여행의 초보는 면한 셈.

군산은 짬뽕과 단팥빵의 도시가 아니라 아픔의 도시다.

일본이 남긴 아픔의 기록장과 같은 도시가 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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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기자 출신 작가 김병윤의 '늬들이 군산을 알아?'
일제강점기의 고통과 아픔이 고스란히 새겨진 도시
군산의 속살을 작심하게 파헤친 진짜 군산 이야기
군산을 여행해 본 적이 있는가.

중식당 빈해원에서 얼큰한 짬뽕을 먹고 경암동 철길마을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 근대화거리를 둘러본 뒤 이성당에서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들고 돌아왔다면 군산여행의 초보는 면한 셈. 하지만 이것만으로 “나 군산 좀 알아”라고 한다면 겉만 핥은 수박이 속까지 초록색이라 우기는 수준이다.

그런 사람들이 집어 들어야 할 책이 있다. 군산의 속살을 작심하고 파헤친 ‘늬들이 군산을 알아?(감미사)’. SBS 기자 출신인 김병윤이 저자다.

군산은 짬뽕과 단팥빵의 도시가 아니라 아픔의 도시다. 한국근대사의 아픔이 군산의 골목마다, 건물마다 고스란히, 처절히도 배어있다.

이 책 안에는 100년 전 이야기가 많다.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은 수탈의 관문이었다. 호남평야의 질 좋은 쌀들이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비옥한 토지는 일본인들의 차지였고 조선사람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해 밥 대신 피죽으로 끼니를 이어야 했다.

일본이 남긴 아픔의 기록장과 같은 도시가 군산이다. 그래서 군산은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군산에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가 있고, 남아 있는 일본식 가옥도 170여 채나 된다.

저자는 일본식 건축물들을 보며 반성의 메시지를 던진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이대로 썰물처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밀물처럼 밀려오는 열강의 다툼에도 대비해야 한다.

군산의 아픈 상처를 기워주는 것은 군산의 맛이다. 서해바다의 싱싱한 해산물과 바닷바람을 견디며 자란 풍부한 채소. 군산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저자는 군산에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군산을 방문한 여행자들은 굳이 맛집을 검색해 다닐 필요가 없다.

요즘 군산은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융합된 특색있는 도시가 되어간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양관광도시. 군산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전국의 예술가들이 군산에 터를 잡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군산 사람이 아니다. 1987년 야구 취재를 위해 군산을 방문한 것이 그의 첫 군산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9년, 운명처럼 군산을 찾게 된다. 군산의 속살을 취재하며 저자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선조들의 고통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단다.

그래서 책을 내기로 했다. 군산에 터를 잡고, 군산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군산의 과거를 끄집어 내 현재의 모습을 쓴 글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사뭇 도발적인 제목과는 달리 묵직한 일직선 직구를 독자의 마음 속살을 향해 꽂아 넣는 ‘늬들이 군산을 알아?’. 이 책은 지난해 출간된 ‘늬들이 서울을 알아?’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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