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한 목사는 죄를 지었나.. 빠르면 이달 결론

김민호 2021. 3.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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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교단 최종심 첫 공판 앞둬

성소수자를 축복한 목사는 죄를 지은 것일까. 빠르면 이달 결론이 난다. 성소수자를 축복한 혐의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의 최종심 공판이 곧 열린다. 이 목사를 지원해온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교회법 자체를 개정하는 운동에 나선다. 죄인도 사랑해야 할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교회법을 만든 것은 잘못이라는 이야기다.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 2019년 8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이로 인해 교단의 재판을 받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성애 찬성 이유로 열린 첫 재판

사건은 2019년 8월 시작됐다.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이 목사는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 교계에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고 결국 고발로 이어졌다. 이 목사의 행위가 ‘마약법을 위반하거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犯過ㆍ잘못을 저지름)로 규정한 교단 헌법(교리와 장정)에 어긋난다는 고발이다. 2015년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이후 동성애 찬성 혐의로 열리는 재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감 교단의 재판은 2심제다. 기감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1심에서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추방(출교)을 요청한 구형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가장 높은 정직 형량을 받았다. 재판위원회는 목사 성의를 입고 공개적으로 축복식을 진행한 것이 동성애를 찬성한 증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목사는 바로 항소를 결정했다. 대책위의 김은선씨는 “교회에서도 죄인을 가려내고 축복하지 않는다”면서 “성소수자 축복이 동성애 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변론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심 재판 연기 또 연기

최종심은 기감 총회 재판위원회가 맡는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첫 공판은 아직도 열리지 못했다. 재판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고집하면서 이달 2일로 공판이 연기됐고, 이어서 이 목사 측이 제기한 재판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대책위는 첫 공판 당일 오전에도 해당 건물에서 30명이 모여 반동성애 세미나를 연 만큼, 방역은 언론을 피하려는 핑계라고 주장했다. 첫 공판은 새 재판위원회가 기일을 잡는데 빠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에는 선고가 날 전망이다.

성소수자 축제에서 참가자들을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가운데) 목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책위 “교회법 개정 나설 것”

대책위는 교회법 개정에 나섰다. 김은선씨는 “성소수자에 대한 교계 여론이 비우호적이어서 무죄 판결 가능성은 적다”면서 “교회법이 차별적이고 편견에 싸여있는 만큼, 법 개정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김씨는 “하나님의 사랑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 측은 성서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성서를 그대로 따르면 동성애자는 돌로 쳐야 한다. 오징어도,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방대한 성경에서 동성애를 언급하는 구절은 7곳뿐”이라면서 “문화적 맥락을 따지면 (사랑으로서의 동성애가 아닌) 동성 성폭력을 금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예수가 당시의 표현으로 창녀들, 죄인들과 함께 지냈듯 오늘날 누구와 축복을 나눠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계에 변화의 움직임

교계에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연구하는 모임인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감리회 모임(혐차반모)’이 발족했다. 50, 60대 목사들이 130여명이 모였다.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연구를 시작하자는 공감대가 있다. 지난달 16일 혐차반모와 만난 이철 기감 감독회장(교단장)은 문제의 교회법 조항을 교단 차원에서 연구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기감 본부의 유성종 기획홍보부장(목사)은 “교계에도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축복할 수 있다는 여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 부장은 “(이 목사의 말처럼) 교단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는 않지만 동성애 인정은 돼지고기 취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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