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연 "한 작품도 허투루한 적 없어.. 무대 오르기 전 매번 리허설"

박성준 2021. 3. 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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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지연. 씨제스 제공
차지연은 지난해부터 최근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배우에 꼽힌다. 평단의 대호평을 받은 국내 초연 일인극 ‘그라운디드’, 섬세한 연기와 노래로 영상화된 작품이 극장 상영으로까지 이어진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이어 명작의 가치를 실감하게 만든 연극 ‘아마데우스’까지 주연을 맡는 작품마다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9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에 나선 차지연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연습 때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 작품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태도, 예의, 열정, 연구하려는 노력이 촌스럽고 오염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를 드러내는 게 아닌 작품을 살리려고 저를 재료로 썼는데 그걸 믿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막 내린 ‘아마데우스’에서 그토록 갈망한 재능을 성실한 자신이 아닌 경박한 천재 ‘아마데우스’에게 준 신에게 절망한 ‘살리에리’를 열연한 차지연은 “후배들이나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분들이 절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전 자꾸만 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소심해진다. ‘왜 난 못할까’, ‘그런 게 없을까’ 생각하면서 자존감도 낮아진다. 근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이 살리에리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아마데우스 공연중인 차지연. 페이지원 제공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말해주는 나의 장점에는 귀를 막고 ‘나는 이게 왜 안 되지’ 스스로 못난이 취급해왔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게 저의 고질병인데요, ‘10년 넘게 이 일을 했으니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편하게 해야지’하는 작품이 없어요. 초연이든 재연을 하든 삼연을 하든 작품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저를 많이 다그치고 또 많이 힘들어지기도 해요. 그런 제 모습을 돌아봤을 때 이래서 ‘살리에리’를 만났나 생각했죠.”

‘행복한 살리에리’와 ‘불행한 모차르트’ 중 어떤 삶을 택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단숨에 ‘행복한 살리에리’라고 답했다. “일인자가 되고 싶지도 않고, 평소에 저것도 해야지 욕심내고 무조건 1등이 되려는 마음도 없어요. 믿고 맡겨주는 일에 ‘감사합니다’하면서 하나하나 잘 해내고 싶은 사람이에요.”

‘살리에리’를 만나면 “당신도 충분하다”고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차지연이지만 무대에 오를 때마다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감추지 않았다. 일인극 ‘그라운디드’와 ‘아마데우스’에서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해낸 비결에 대해 “무조건 외워야 한다”면서도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매번 공연 전에 저 혼자 맨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서 ‘런스루(run through·예행연습)’를 다하고 나서 관객을 만났다. 마지막 공연까지. 당연할 수 있지만 저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한때 생계 걱정까지 할 처지였다는 차지연은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의 주술사 라피키 역으로 데뷔한 이후 특별출연을 빼면 첫 TV드라마(SBS 모범택시) 출연을 앞두고 있다.
배우 차지연. 씨제스 제공
“작품을 선택할 때 저는 무조건 ‘대본(텍스트)’, 그게 가장 커요. 왜냐면 텍스트 자체가 헛점없이 잘 짜인 작품은 그 어떤 변화무쌍한 상황에 맞닥트렸을 때도 쉽게 흔들리지 않아요. 그걸 많이 겪었기 때문에 글이 좋을 때는 망설임 없이 직진합니다.”

차지연은 “10년 넘게 했지만 단 한 작품도 편한 적 없다. 그때그때 ‘더 성숙하고 완성된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연기 엄청 잘하는 사람 아닌데’ 이러는게 저의 병이다. 너무 심각한 병이다. 그래서 저의 주변 분들이 너무 고생한다. 한편으로는 그렇다보니 작품 만날 때마다 겸손한 자세로 하게 된다. ‘부족하니 늘 성실하게, 아니면 나는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늘 겸손하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는 소감에 대해선 ‘후회’와 ‘진정성’을 말했다. “인간적으로 후회는 많이 되기도 해요. 인간관계, 사회생활을 너무 무서워하고 못 했어요.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럽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진즉 알았더라면 많은 분과 편안하게 관계맺고 작업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제 삶에 치이다 보니까, 너무 몰려있다 보니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남한테 비추는 것에 속상하기도 하고 후회도 하는데요. 그래도 내 마음 안에 진실이 있으니 좋은 모습으로 잘 이어나가고 걷다 보면 언젠가 제 진심을 알아주시겠지 하는 마음이 있어요.”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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