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투기 조사하되, 2·4 공급대책 속도감있게 추진"

신혜원 기자 2021. 3. 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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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2·4 부동산 대책의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며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경찰은 오늘(9일) LH 본사와 피의자들을 압수수색했고, 정세균 총리는 내일 검경을 포함한 긴급관계기관 회의를 갖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2016년에 나온 '존경하는 직장 상사의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 하나를 소개합니다. 일단 존경하는 상사가 존재해야겠죠. 직장인 10명 중 6명만(62%) '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4명은 아예 존경하는 상사가 없는 거죠.

그럼 왜 존경하느냐. 1위는 인성(54.3%)이 차지했습니다. 2위는 업무관련 전문성(49.3%)이었고요. 3위는 대인관계(44.4%). 4위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한 자기계발(35.7%), 5위는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12.0%)이었습니다. 딱 듣자마자 떠오르는 사람. 인성이면 인성, 일이면 일, '유니콘 상사'의 종합세트 같은 분이시죠.

[복국장 아침극장 : 인성 상암동에 동이 틀 무렵 복국장은 회사로 나온다. 한 손엔 커피, 다른 한 손엔 빵, 반장들을 먹일 간식이다. (낑낑 자막까지만 살리고) 인간 이상복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고단함에 지쳐 벽에 머리를 기댄 복국장.]

[업무전문성 이곳 백악관은 쿠바의 인권문제가 변수긴 하지만, 야당이 장악한 의회의 협조도 끌어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철저한 자기관리 태극권~ 철사장~ 박 반장 잘 모르죠? 이상복 중국무술 검색하면 나오는데 철사장을 연마하셨기 때문에 건강하시니까.]

[(동화책을) 많이 읽어준 솜씨예요. 애들한테. (예, 제가 좀 자주 읽어주고 합니다.) 그래요? 저도 많이 해봐서 알아요. 말투가 좀 비슷해요. 저도 옛날에 그런 식으로 읽었는데. 좋습니다. 조금 얹혀가는 거죠. 이때 숟가락 얹어서]

그런데, 최근 들어 트렌드가 좀 바뀌었습니다. 320만 가입자를 둔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주식, 연봉, 퇴사, 이직, 부동산이라고 합니다. 하나같이 재테크 아니면 회사를 떠날 방법을 묻는 건데요.

그 여파인지 존경하는 상사의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인성도, 능력도 좋지만 '재테크까지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가을 나온 설문조사에선 '사무실에서 존재감 없지만 알고 보니 다주택 건물주 과장님'이 '업무 능력과 성품까지 완벽하지만 알고 보니 무주택 부장님'보다 3배 넘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모두가 이유를 알고 있죠. 월급을 한 푼도 안쓰고 36년을 모아야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 현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근로의욕은 뚝 뚝 떨어지고, 가욋일에만 관심이 늘어난 겁니다.

[독립만세 : 요즘은 투자야 투자 투자해야돼 진짜 근데 진짜 금리가 너무 낮으니까 직장인의 관심사 재테크 이런얘기 밖에 안해요 사실 (로또) 1등되면 뭐 할 건데? 집 사야지! 그거면 집도 못사]

부자가 되고 싶은 맘,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직업윤리'는 지키면서, 아니 최소한 '법'은 지키면서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땅과 주택공급을 책임지고, 임대주택 짓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끌 공기업이 투기를 한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집값, 땅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을 겁니다.

[제21대 국회 개원식 (지난해 7월 16일) :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LH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쓰는 메신전데요. 입사 6개월된 신입직원 정모 씨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대구 연호지구'를 콕 찍어 언급합니다. "자신은 LH 직원이라 살 수 없고, 명의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명백한 차명, 불법 투기죠. 정씨는 "이걸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는 논리를 댑니다. LH에 투기를 막으려 들어온 건지, 투기를 하러 온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제보자/LH 직원 (JTBC '뉴스룸' / 어제) : 차명 투기나 사전 투기는 암암리에 상당해서 저희 회사 안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예요. 가족이 아닌 지인 명의로 차명 투기하는 직원들도 많아요.]

신입만 잡을 일도 아니죠. 후배들에겐 소명의식 갖고 일하라면서, 몰래 땅투기하는 상사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13명 중 5명이 부장급입니다. 부장급이면 실무 인력 중 가장 고참으로, 소위 조직 내 처장이나 실장 등 '별'을 달기 전 직급입인데요. LH 내부에선 '퇴직을 앞둔 고참들이 큰 사고를 쳤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광명 시흥 투기 의혹 13명은 모두 '과천'이란 키워드로 엮이는데요. 8명은 과거 과천사업단이나 과천·의왕 사업본부 근무 경력이 있고, 1명은 배우자가 과천에서 일 했습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도시 땅 매입에 우루루 몰려든 것 아니냔 의심이 나옵니다. 경찰은 오늘 오전 이들 13명의 주거지와 LH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자료 압수수색하셨나요?) (추가로 혐의 입증할 만한 자료 나왔나요?)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됩니까?) (직원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확보됐습니까?) 문 닫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한 다섯 번째 지시를 내렸습니다.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했는데요. "2.4 부동산대책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오히려 공급대책이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3기 신도시 취소청원이 올라오고, 일부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도 같은 주장이 나왔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 일축했습니다. 또 2.4 공급대책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작품이죠. 전직 LH 사장으로 변 장관 경질론이 거세지만, "공급대책은 더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며 경질론도 선을 그은 겁니다. 변 장관은 오늘 국회 국토위 긴급 현안 보고에 참석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변창흠/국토교통부 장관 : 매우 참담한 심정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하여 진심으로 통감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며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도 신속하게 마련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적극 협조하여 투기 의혹이 명명백백히 밝혀지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변 장관은 자칫 불법 투기 의혹 당사자들을 '두둔'하는 것 처럼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해 질타를 받았죠. "(LH 직원들이) 신도시 지정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산 건 아닌 것 같다.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라며 여론과는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국토위에서도 "본인은 LH 사장 재직시절 청렴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일탈이 나타났다"고 해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쯤 되면 진심으로 사과한 게 맞는가하는 의심까지 드는데요. 아무튼 국토위에선 아니나 다를까, 고성이 오갔는데요.

[송석준/국민의힘 의원 : 이번 LH 직원 토지 거래, 토지 투기 의혹 이게 불거진 지가 벌써 일주일이 됐습니다. 일주일간 왜 이렇게 회피하신 거예요. 그러면 지금 사실관계 다 파악됐다는 얘기죠. 변창흠 장관님, 오늘 사실관계가 완벽히 파악된 것으로 알고 오늘 성실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제가 야당이라면 지금 이렇게 아까운 시간에 의사진행 발언하면서 시간 보낼 게 아니고…우리가 정치공세 한다고 해서 이 사태 진상 밝히고 책임자 책임 묻고 재발 방지하는데 무슨 도움이 됩니까? ]

[하영제/국민의힘 의원 : 우리 야당이 정치공세 하는 자리입니까? 그런 기본적인 시각이 정립이 안 됐으면은 오늘 이 회의는 다르게 진행되는 겁니다. 이게 지금 정치공세입니까? ]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 : 오늘 현안 질의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저런 문구는 위원장님 빨리 조속하게 철거를 지시해 주십시오.]

정세균 총리는 내일 LH 관련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회의에는 박범계 법무부장관, 전해철 행안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그리고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차장이 참석합니다. "이번 LH는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란 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건데요. 관련 소식은 들어가서 더 전해드립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문 대통령 "투기 조사하되, 2·4 공급대책 속도감 있게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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