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내 손에 새겨진 '현'의 역사를 쫓아서 만든 앨범"

박지현 2021. 3. 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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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예술의전당서 '현의 유전학' 리사이틀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사진=크레디아
[파이낸셜뉴스] "제 손가락의 철사 자국이 설명해주듯이 현은 제게 늘 가까운 것이었어요. 이 '현'이라는 물질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현의 역사를 알아보다가 어느 순간 '현의 유전학'이라는 타이틀이 떠올랐어요."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3년만에 신보 '현의 유전학'을 들고 돌아왔다. 2018년 1집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실황 녹음 음반 이후 두번째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1집때와 마찬가지로 도이치 그라모폰의 노란 라벨을 달았다.
양인모 2집 '현의 유전학' 앨범 커버 /사진=유니버설뮤직
양인모는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오드포트에서 9일 앨범 발매와 오는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 예정인 동명의 콘서트를 앞두고 이번 앨범과 공연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열었다. 양인모는 "파가니니 앨범 이후 저만의 방향성을 찾고 싶었다"며 "저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현의 역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현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이를 앙르는 하나의 스토리로서 앨범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인모는 "지금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현'이 대부분이지만 과거에는 더 느슨한 재질의 '양의 창자'를 쓰기도 했다. 또 현은 불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인간이 '줄'이란 것을 처음 사용한 게 불을 지피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그래서 이번 첫 트랫은 불을 주제로 한 곡을 담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중세시대 독일의 여성 음악가이자 수녀였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성악곡 '성령의 불꽃(O ignis Spiritus paracliti)'을 담았고 이어 현이 변화해 온 과정에 맞춰 바로크 스타일의 활에 현의 텐션을 낮춰서 연주한 곡들부터 아스토르 피아졸라, 모리스 라벨의 곡까지 금속 현의 쨍함을 드러낼 수 있는 곡까지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인모의 이번 앨범에는 소프라노 임선혜를 비롯해 하프시코드 연주자 클레멘스 플릭, 첼리스트 레아 라헬 바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 하피스트 마리옹 라보 등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의 협업이 더해졌다.

양인모는 "첫곡은 원래 성악곡이었는데 제가 바이올린 파트를 추가하며 새롭게 창작했다"며 "이 곡의 첫 4분은 임선혜 선생님과 같이 하고 이후 4~5분은 저 혼자 즉흥 연주를 더했다. 이 음반이 '현'을 주제로 한 음반이지만 모든 악기의 시작에는 인간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이 앨범의 시작을 임 선생님의 목소리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인모는 "평소 피아노와 하던 곡들을 다양한 현악기로 맞춰보면 어떻게 색체가 달라질까에 대한 의문으로 현의 감칠맛을 잘 살려주는 '하프시코드'로 바로크 시대를 구현해보기도 하고 첼로, 비올라와 함께 현의 풍성함을 더해보기도 했으며 기타를 통해 타악기적 요소를 구현해보기도 하고 하프 등의 악기를 사용하며 그 풍성한 울림 뒤의 배음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언론으로부터 '새로운 세대의 가장 재능있는 젊은 현악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 양인모는 오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리사이틀 공연을 갖기도 한다. 이번 공연의 1부에서는 음반 작업에 함께한 기타리스트 박종호와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시절부터 양인모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온 피아니스트 홍사헌과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이자이 솔로 바이올린 소나타와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로 구성해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양인모 바이올린 리사이틀 '현의 유전학' 공연 포스터 /사진=크레디아
양인모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해오며 제가 찾은 방향성, 하고 싶은 것은 '클래식이 시대와 장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클래식을 귀족의 음악이라거나 배워야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저 크래식이 그 안에 느껴지는 멋으로 드러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클래식함은 클래식 음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힙합 음악과 같은 장르에도 있으며 패션에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클래식 음악은 그 클래식함을 가장 쉽고 완성도 있게 가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클래식을 찾고 클래식을 다시 정의하는 일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양인모는 "이번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공연은 그런 측면에서 저에게는 하나의 선언"이라며 "저는 이런 연주자이고 이런 음악을 할 것이며, 제가 추구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를 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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