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권의 뒤땅 담화] 골프, 룰에 울고 룰에 웃는다

2021. 3. 9. 1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겨울 골프 도중 공이 연못 주변 얼음에 놓이면서 해프닝이 있었다.

꽁꽁 얼어 빠질 염려가 없는 데다 두 발을 땅에 고정할 수 있어 그대로 스윙을 했다. 다행히 잘 탈출해 그린에 안착한 후 파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때 동반자 한 사람이 클레임을 걸었다. 빨간 해저드 말뚝이 박힌 구역에 공이 들어갔기 때문에 1벌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다른 동반자가 룰을 잘 설명해 넘어갔다.

간혹 초보자들은 공이 해저드에 들어가면 무조건 1벌타를 먹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벌타 없이 그대로 쳐도 되며 얼어붙은 해저드 위도 마찬가지다. 단 샷을 유리하게 하게 위해 라이를 개선하는 일체의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골프 룰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2019년 골프 룰이 많이 개정돼 프로대회에서도 종종 룰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1월 말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3라운드 10번홀에서 패트릭 리드(미국)의 두 번째 샷한 공이 러프에 박혔다. 바운스 없이 러프에 바로 박히면 벌타 없이 구제받는다.

박힌 걸 확인하고 공을 들어올린 리드는 달려온 경기위원의판정을 거쳐 벌타 없이 경기를 진행해 결국 우승했다.

문제는 경기위원이 도착하기 전에 리드가 임의로 공을 들어올려 속임수 논란에 휘말린 것. 물론 모든 정황을 고려해 경기위원이 구제를 허용했지만 반드시 경기위원이 확인 후 구제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올해 초 미국 LPGA 개막전에서 재미교포 대니얼 강도 룰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경기 도중 캐디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조언을 못 받는다는 룰을 어겼다는 것.

그녀는 대회 마지막 날 공동선두 제시카 코다(미국)와 연장전을 앞두고 코치인 부치 하먼에게 조언을 구하는 전화를 했다. 조언금지 규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과 달랐다.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에서 연장전은 새로운 라운드로 보기 때문에 ‘조언 규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미국골프협회의 판정으로 대니얼 강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반면 매 홀 승자에게 승점이 주어지는 매치플레이 경기에선 연장전이 새로운 라운드가 아니기에 조언을 구할 수 없다.

대한골프협회(KGA)와 프로골프협회(KPGA)에 따르면 아마추어골퍼들에게서 수시로 룰에 관한 현장 문의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주로 내기가 걸렸을 때다.

그린에 날아간 공이 그린 위 동반자의 공을 맞혀도 무벌타이며 상대방은 원래 자리에 공을 놓고 진행하면 된다. 자신은 공이 굴러간 곳에서 그대로 퍼트한다.

티잉 구역에서 연습 스윙하며 볼이 움직였다면 다시 티에 공을 올려놓고 두 번째 샷을 하면 된다. 지난해 7월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이 부산경남오픈에서 개정 룰 혜택을 봤다. 헛스윙으로 공이 티에서 1㎝ 정도 굴러갔다.

호출을 받고 달려온 경기위원이 공을 다시 티 위에 올려놓고 치길 권했다. 예전대로라면 티 위에 공을 다시 올려놓을 수도 없고 만약 티 위에 올려놓으면 1벌타를 받아 세 번째 샷을 해야 한다.

경기 도중 실수로 남의 공을 오인해 치면 2벌타를 먹고 자기 공으로 다시 쳐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어디에서 다른 사람의 공으로 쳤는지 헷갈리면 분실구로 처리돼 1벌타가 추가되면서 총 3벌타를 먹는다.

공이 다시 내 클럽에 맞더라도(더블 히트) 고의가 아니면 벌타를 받지 않는다. 간혹 그린 주변에서 칩샷을 할 때 이런 실수가 나온다.

모든 골퍼는 어떤 경우에도 리플레이스 선언 후 1벌타를 먹고 드롭한 후 공을 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놓으면 유용하다. 단 홀보다 먼 쪽으로 1 클럽 이내에서 드롭한다. 드롭 높이는 예전 어깨에서 무릎으로 룰이 바뀌었다. 실수로 남의 클럽으로 공을 치거나 동반자의 허락을 받아 치더라도 2벌타를 먹는다. 상대방에게 무슨 클럽으로 쳤는지 물어보면 2벌타를 먹게 된다. 물어본 사람이나 대답한 사람 모두 벌타다.

상대방이 샷을 하러 나간 사이 캐디백을 들여다보고 무슨 클럽을 가져갔는지 확인하면 무벌타다. 좀 비겁한 행위다.

그린에서도 애매한 룰이 많다. 두 사람이 동시에 퍼트해 공이 부딪치면 무벌타다. 그린에서 마크 자국만 없앨 수 있었는데 이젠 동물 발자국, 스파이크 자국 등도 제거할 수 있다.

퍼트한 공이 정지된 남의 공을 맞히면 2벌타를 받는다. 상대방은 무벌타로 원래 자리에서 치면 된다. 마크하지 않고 공을 만지면 1벌타를 받는다.

벙커 룰도 헷갈린다. 벙커 안 물웅덩이에 공이 놓이면 드롭할 수 있고 동반자의 공과 붙어 있으면 마크가 가능하다.

너무 붙어 있으면 아이언 등으로 거리를 재서 마크한 후 동반자가 샷한 후에 원래 자리에 공을 놓고 플레이하면 된다.

예전엔 가지나 나뭇잎 등을 치우면 2벌타를 먹었는데 이제는 무방하다. 또 클럽이 벙커 모래에 닿으면 벌타를 먹었는데 무벌타로 개정됐다.

주의할 점은 이는 플레이와 상관없는 경우에만 해당하지 어드레스에 들어간 후에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여전히 2벌타다. 라이 개선이나 모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클럽을 모래에 닿게 하면 어떤 경우든 벌타다.

연습스윙이나 백스윙 때 모래를 건드려도 안 된다. 플레이와 상관없이 클럽을 모래에 놓거나 휴식을 위해 클럽을 세워놓고 기대면 무벌타다. 화가 나서 클럽으로 모래를 치는 것도 마찬가지로 벌타를 먹지 않는다.

그동안 공이 벙커 모래나 턱에 박히면 1벌타를 먹고 벙커 안에서만 리플레이스를 했다. 개정 룰에 따라 2벌타를 먹고 벙커 밖에서 드롭이 가능하도록 바뀐 것도 참고할 만하다.

공을 찾는 시간은 예전엔 5분이었지만 지금은 3분 이내로 변경됐다. 또 자신이 볼을 쳐야 할 순서라면 40초 이내에 진행하길 권장한다.

예전엔 OB구역이나 패널티구역(해저드)에 공이 들어가 칠 수 없는 상황에선 모두 1벌타를 먹고 원래 자리에서 다시 쳤다. 그러나 이젠 해저드에 빠지면 측면 2클럽이나 후방 1클럽, OB 구역에 빠지면 홀에 가깝지 않도록 2클럽 이내에선 드롭한 후 치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경기진행상 OB나 해저드 말뚝 선상에서 공을 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OB는 2벌타, 해저드는 1벌타를 받고 플레이한다.

만약 티샷한 공이 해저드에 빠졌다면 티박스에서 다시 치는 것보다 해저드 말뚝 선상으로 나가서 치는 게 1타 유리하다.

경기진행 시간에 관한 룰도 있다. 자신의 티업 차례 후 5분 내에 도착하면 2벌타를 먹고 그 이후에 오면 실격이다.

라운드 도중 공을 모두 분실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경기 도중 동반자에게서 같은 상표, 같은 모델의 공을 빌리는 ‘원 볼 규정’에 따라야 한다.

만약 그런 공이 없으면 실격이다. 색깔이 다르면 다른 공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원 볼 규정’은 일반 규칙이 아니고 로컬 룰이다. 아마추어 골프에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리플레이스 선언 후 1클럽 이내로 드롭할 때는 드라이버 등 퍼터를 제외하고 가장 긴 클럽을 사용하면 된다. 공을 찾다가 우연히 자기 공을 건드리거나 자신이 친 공에 맞아도 벌타가 없다.

겨울철엔 로컬 룰에 ‘윈터 룰’을 명시할 수도 있다. 코스 여건이 좋지 않기에 볼을 6인치 또는 한 클럽 이내로 옮겨 플레이를 하자는 식이다.

※혹시 칼럼에 언급된 룰 규정이 사실과 다르다면 제보 바랍니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