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던진 기본대출..고심하는 은행권

박기호 기자 2021. 3. 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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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없다는데..은행권, 대체로 회의적
"협의 통해 리스크 제거 방안 찾자" 의견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스1 © News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경기도가 추진 중인 ‘기본대출’ 정책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업이기도 하고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선 없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기는 분위기보다는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게다가 이 지사가 화두로 내건 기본대출 정책을 시작으로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유사한 공약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엿보인다.

금융권의 우려와는 별개로 기본대출 정책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은행권이 충분히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기에 만약 추진한다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지난달 주요 은행에 ‘경기도형 기본대출 시범 운용(안)’에 대한 대출 운용 가능 여부 등 의견 협조 요청 공문을 은행권에 보냈다.

재단은 공문을 통해 상품 운용의 가능 여부를 비롯해 예상 금리, 이차보전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 줄 경우 얼마나 필요한지, 만기에 이자를 한꺼번에 납부하는 상품 운용이 가능한지, 추가 10년 연장이 가능한지 등을 문의했다.

‘경기도형 기본대출’은 기본주택, 기본소득과 함께 이 지사의 역점정책 중 하나로 고액 자산가나 고소득자들이 누리는 저리 장기대출 기회를 국민 모두에게 제공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적은 500만~1000만원을 이자율 3%대로 10~20년의 장기로 대출받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은행 입장에선 경기도 산하 공기관이 경기도와 함께 지급보증하면 신용도에 따른 부실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안전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안 하면 그만”이라고 전했다. 7일에도 “원리금 상환을 경기도가 100% 보증하니 은행은 리스크가 전혀 없다”며 “100% 상환 보장의 안전상품이니 실제 대출을 해도 전혀 손실 위험이 없고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의 요청을 받은 은행권은 오롯이 ‘검토’로 느끼지는 않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직접 공문을 보내왔으니 은행으로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권 내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 지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안인데 은행이 어떻게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반응으로 읽힌다.

이 지사가 은행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전액 보증을 하더라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 100% 적용될지는 미지수인 데다 재단의 보증 능력을 아직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 입장에선 장기간 돈이 묶여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손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발생할 재정 부담을 경기도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변동 우려도 있는 데다 디폴트 리스크도 반영을 해야 하는데 경기도가 금리차에 따른 이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 지사의 언급처럼 리스크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차보전 대출도 하고 있는데 기본대출 역시 추진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직은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도 되지 않았기에 향후 협의 과정에서 은행의 리스크를 제거할 방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우려를 놓고 코로나19 이후 계속되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까지 정치권에서 은행을 향해 이익공유제 동참 요구가 나온 와중에 지방자치단체도 은행에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규제·허가산업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은행 비틀기에 대한 반감이 기본대출 정책에 대한 거부감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기본대출에 대한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문의를 받은 은행권은 상품 출시 가능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회신하기에 앞서 공통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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