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4억파운드 빚지고 여성'인질' 억류당한 영국, 곧 돈줄듯

김재영 2021. 3. 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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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이란 및 영국 이중국적자로 이란에 갔다가 스파이 혐의로 5년형을 받은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가 4년 복역 후 부모 테헤란 자택에서 전자발짜를 차고 연금된 2020년 2020년 3월 사진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한국과 비슷하게 '인질' 억류 상황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 해제 및 송금 요구를 받고 있는 영국이 한국보다 먼저 거액을 이란 정부에 보내고 인질을 석방 귀국시킬 가능성이 커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 화물선 케미호를 이란 해군에 나포 억류당한 후 이란으로부터 석유수출 대금이지만 한국 금융기관에 동결돼 받지 못하고 있는 70억 달러(7조7000억원)의 송금 요구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70억 달러가 이란이 합당하게 가질 돈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금한 미국의 제재 조치 때문에 미국이 용인하기 전에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영국도 마찬가지인데 사연은 훨씬 길고 개인적이다. 영국은 이란에 줄 4억 파운드(6300억원)의 돈을 가지고 있으나 미국 눈치 보느라 주지 못했다. 이 '덕분에' 영국 여성이 5년 동안 이란 감옥에 갇혀 있다.

1979년 호메이니 혁명으로 현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들어서기 전의 팔레비 국왕 정권은 영국과 무기 거래를 하면서 영국 은행에 4억 파운드를 예치하고 있었다. 종교혁명 후 왕정이 무너진 뒤 현 이란 정부는 영국에게 4억 파운드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계속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는 2015 이란핵합의로 2016년 초부터 차례로 해지되기 전 10년 동안 공고하게 진행되어왔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돈 70억 달러는 트럼프 전대통령의 핵합의 탈퇴 후 이란 제재가 재개된 2019년 상반기에 적립된 것이나 영국 은행에 묶인 4억 파운드는 이보다 40년 전부터 있던 돈인 것이다.

2016년 서방의 대이란 금융 및 경제 제재 순차해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계속 돈을 주지 않을 기미를 보이자 이란은 그해 4월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라는 영국 국적 여성을 테헤란 공항서 입국 직후 체포 억류한다. 이 여성은 이란계로 이란 국적 외에 영국 남성과 결혼한 영국 시민권자였으나 이란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 자국 여성이 영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과 조국 비방 행위했다고 기소하고 5년 형을 선고했다.

금융정보회사 톰슨 로이터의 중간관리로 업무차 한살배기 딸을 데리고 테헤란에 갔다 수감된 자가리-랫클리프의 억류 사실은 남편이 발 벗고 뛴 덕분에 언론에 크게 알려졌다. 영국 정부가 모른 체 해서는 안 되는 사안에 되었는데 처음부터 영국 외무부는 이란이 4억 파운드가 목표라는 것을 알아챘다.

1년 반이 지난 2017년 11월 당시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의회에서 이 여성이 로이터 통신과 관련해 "테헤란에서 언론인들을 훈련시키려고 했다"고 생각없이 말하는 바람에 이란 정부의 '스파이' 주장이 한층 씨가 먹히면서 나자닌의 석방 전망은 한층 어두어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이란의 스파이 기소가 억지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허락을 얻어 4억 파운드를 돌려주고 데려오고자 애썼다. 지금의 한국 정부와 비슷한 처지인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가리-랫클리프가 4년 수감과 1년 부모자택 연금 등 만 5년의 형기를 지난 5일 만기복역하고 전자발찌를 뗐다. 이 여성의 귀국 문제가 다시 부상한 상황에서 8일 맥도널드 전 외무차관이 BBC에 나와 "4억 파운드는 분명 이란 돈이며 인도주의적 지원이란 명목을 솜씨있게 구사하면 (미국의 인정 아래) 본래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지난 여름 퇴직한 외교차관이지만 최고지위 직업외교관이 이처럼 방송에서 솔직하게 이란에게 돈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큰 진전이고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가디언 지는 맥도널드 전차관이 인질 협박에 외국정부에 굴복하는 선례를 두려워 해서 4억 파운드 반환과 랫클리프 부인의 석방을 애써 별개로 구분하려고 있지만 4억 파운드를 바라보는 영국 정부의 시선은 랫클리프 부인을 향하고 있는 것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마침 이란 언론들이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이라크 등에 동결된 자산의 이란 송금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동결된 돈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지만 이란이 곧 4억 파운드를 받고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를 영국에 돌려보낼 수 있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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