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바퀴를 굴리면 보이는 것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화곡역 2번 출구 옆, 가양역 9번 출구 옆.' 육아휴직 기간 외우고 다녔던 지하철역 출구 목록이다.
말 못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생활에 지쳤던 나는 아이를 데리고 일주일에 세 번 문화센터에 갔다.
'어?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지?' 몇 년간 출퇴근하며 매일 드나들던 곳인데, 그동안 엘리베이터의 존재를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나와 상관 없어 보이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도 언젠가 나를 위한 시설이란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곡역 2번 출구 옆, 가양역 9번 출구 옆….’ 육아휴직 기간 외우고 다녔던 지하철역 출구 목록이다. 말 못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생활에 지쳤던 나는 아이를 데리고 일주일에 세 번 문화센터에 갔다. 육아에 찌든 삶에 문화센터는 한 줄기 빛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이 부실한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여러 번 썼지만 그 문제 자체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나는 비로소 한국 사회가 ‘바퀴 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불친절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가 지난달 지하철 4호선에서 시위를 벌였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체의 요구는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것.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서울 지하철에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있기 때문이다. ‘왜’ 시위를 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시민이 피해를 봤다’며 고소한다는 공사를 보니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냐. 장애인은 이기적이다’란 댓글도 보였다.
어떤 역에 계단이 없어 승강장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역 관리자가 “이 역엔 계단이 없지만 근처 역엔 있으니 거기로 가라”고 하면 황당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황당한 일을 일상으로 겪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여건이 되면’ 만드는 부가시설로 여겨지는 엘리베이터가 누군가에겐 절실한 이동수단인 것이다.
많은 이가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여긴다. 그러나 유모차 이용자나 임산부, 노인에게도 꼭 필요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지금 나와 상관 없어 보이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도 언젠가 나를 위한 시설이란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정준영, 내 바지 억지로 벗기고 촬영…어둠의 자식이다” 박태준 발언 재조명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