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백신 허가심사에 참여하며

이진경 2021. 3. 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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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도 2주차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본격적으로 접종하기 전인 지난 1~2월, 많은 전문가가 우리 국민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 자문회의에 연이어 참석했다.

백신 접종은 건강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뤄지는 만큼,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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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도 2주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줄곧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우리에게도 대항할 무기가 생겼다는 일종의 설렘을 느끼게 된다. 코로나19 백신을 본격적으로 접종하기 전인 지난 1~2월, 많은 전문가가 우리 국민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 자문회의에 연이어 참석했다. 감염병 대유행 상황이 엄중함을 고려해 식약처가 3중으로 마련한 자문절차의 모든 과정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검증을 위해 노력했다.

백신 접종은 건강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뤄지는 만큼,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다. 유례없이 짧은 기간 안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인 데다 세계 각국이 백신 허가에 상이한 입장을 밝히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궁금하고 혼란스러운 점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백신 제조, 접종 후 안전성과 예방효과에 대한 의견을 철저히 수렴해야만 했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
특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허가심사 과정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통계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럽 국가들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AZ 백신은 일반적 통증, 열감 등 흔한 이상사례만 있었을 뿐 안전성 면에서는 우수했다. 특히 임상 데이터가 부족했던 고령층에서도 접종 후 항체 형성은 99% 이뤄졌고, 고령층에 대한 데이터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할 뿐이었다.

자문위원들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야말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어서 허가사항에서 이들을 제외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품목 허가사항에는 고령층을 포함해 사용대상을 열어놓고, 접종 시행 과정에서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 AZ 백신 허가 후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중앙약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기존의 AZ 백신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통계적 논리와 과학적 타당성에 따라 허가를 해두었기에 별도의 허가변경 없이 탄력적으로 방역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화이자 백신에 대한 검증도 만만치 않았다.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메신저 RNA 백신 플랫폼이기에,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치열한 검증과정이 필요했다. 예방효과가 훌륭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현재까지 확인된 항체 유지기간이 60일 정도뿐이어서 장기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제를 달아야 했다. 또 과민한 면역반응 이력이 있던 사람들은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위험요인을 관리하면서 접종을 하도록 권고해야 했다.

코로나19 백신 검증과정을 거치며 느끼는 것은 각각 백신의 장단점보다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참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감염병 이론에 따르면 구성원 70%가 집단 면역력을 가지는 시점에서야 스스로 감염되지 않고 타인도 감염시킬 수 없는 ‘감염병 종식’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예방접종이란 개인의 선택이기보다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 이루는 공동체 전체의 선택인 것이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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