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AI 시대 대비 '1랩 1세계 최초' 운동.."카이스트, 질문 잘하는 인재 나오도록 혁신"

윤희일 선임기자 2021. 3. 8. 22: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프레젠테이션으로 비전 제시 이색 취임식

[경향신문]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맨 왼쪽)이 8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접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앞선 연구·기술사업화·신뢰 등
‘미래 50년, 5대 혁신 전략’ 발표
“삼성·BTS·봉준호 감독처럼
우리 카이스트도 세계 1위 하자”

뻔한 취임사는 집어던졌다. 대신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화면에 보여주며 마이크 앞에 섰다.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67). 그는 8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강당에서 열린 제17대 총장 취임식에서 총장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발표자’로 나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곤 했다.

‘앞으로 잘하겠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의 뻔한 얘기는 모두 뺐다. 이 총장은 대신 대학 발전에 꼭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전했다.

“남들이 하는 연구를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는 필요 없습니다. 새로운 연구에 도전해야 합니다. 모든 연구실마다 ‘세계 최초’의 그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1랩(연구실) 1최초’ 운동을 펼치겠습니다. 또 연구실별로 최소 1개의 창업을 하도록 하는 ‘1랩 1벤처’ 운동도 펼치겠습니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의 비전도 내놨다.

“카이스트는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글로벌 가치창출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야 합니다.” 남들이 모두 AI를 생각하고 있을 때 ‘AI 그 이후’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 총장은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문화 전략’을 ‘QAIST’로 요약했다. ‘Question’(질문하게 하는 교육), ‘Advanced research’(앞선 연구), ‘Internationalization’(국제화), ‘Start-up’(기술사업화), ‘Trust’(신뢰) 등 다섯 가지 혁신전략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답을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학생을 키워내기 위해 교육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면서 “삼성과 BTS, 봉준호 감독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면서 “우리 카이스트도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장이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발표한 내용은 그가 이사회에서 발표한 공약을 거의 그대로 담았다.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장은 “총장에 뽑히기 위해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카이스트를 발전시키기 위해 평소 생각해온 것이었기 때문에 취임식 때도 그대로 구성원과 국민들에게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는 SBS의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이 총장을 모델로 ‘괴짜 교수’ 캐릭터를 만들어낸 송지나 작가도 참석했다. 송 작가는 “이광형 총장님과 함께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면 미국의 MIT(매사추세츠공대)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 총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 리옹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한 뒤 1985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지난 2월18일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바이오및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산업 초빙 석좌교수로 재직해왔다.

1990년대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넥슨)·김영달(아이디스)·신승우(네오위즈)·김준환(올라웍스)씨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배출해 ‘KAIST 벤처 창업의 대부’로도 불린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