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넘어 얻는 깨달음..동물과 함께 철학하기

배문규 기자 2021. 3. 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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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생태철학 연구자가 쓴 ‘묘한 철학’
네 마리 고양이와 살며 얻은 지혜

▲불교철학 풀어낸 ‘우리가 알고 싶은…’
개와 14년 동행 속에 담긴 비밀

놀고 싶으면 놀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자고 싶으면 잠이 드는 고양이나 개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동물로부터 얻는 기쁨을 넘어 ‘동물로 철학하기’를 시도하는 철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고양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개가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준 ‘선사(禪師)’라고 말한다.

<묘(猫)한 철학>은 생태철학 연구자 신승철이 지난 8년 동안 네 마리의 길냥이를 입양하고 ‘고양이 집사’로 살아가면서 얻은 철학적 지혜를 풀어낸 교양 에세이다.

그는 고양이 네 마리를 돌보면서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생명철학의 실제를 몸으로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먹고, 싸고, 싸우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입체적인 동물과의 접촉이었지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매일을 부대끼다 보면 왠지 고고한 인문학의 세계에서 돌연 현실의 세계로 내려온 기분이었습니다.”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18가지 마음 수업’이란 부제처럼 총 18개의 수업에선 현대 철학의 난해한 개념들을 고양이의 생태로 풀어낸다. 이를테면 미셸 푸코의 ‘자기 통치’는 고양이의 ‘그루밍’과 연결된다. 푸코는 <성의 역사 3: 자기 배려>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자기 통치 개념에 주목했는데, 이는 자기계발과 같은 현대의 개념 혹은 동양철학의 수양론과도 통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음이 넓은’ 노묘 대심이는 죽을 고비를 겪은 후 저자의 연구실에 살게 됐는데, 낯선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포용력을 지녔다고 한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 시간 정도까지 이어지는 대심이의 그루밍 과정을 수행과 수양으로 보며 삶의 문제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이렇게 고양이의 ‘꾹꾹이’는 사랑하는 타인과 합일되고 싶은 욕망인 ‘우주 되기’(대니얼 스턴) 개념으로 연결되고, 발라당 배를 드러내는 모습은 ‘환대’(자크 데리다)의 본질을 담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작은 생명인 고양이는 그 실존을 통해, 그 자리를 통해, 그 배치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달라고 말이지요.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분명 인간도 행복한 세상일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는 독일 작가 디르크 그로서가 불교 철학을 반려견 보바와의 동행으로 설명하는 에세이다. 저자 그로서는 철학자 니체를 낡은 것을 타파한 ‘망치의 철학자’로 비유하는 것처럼 보바를 ‘전기톱을 가진 스승’으로 빗대는데, 보바를 만나기 전 문제투성이였던 그의 삶이 뚝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여러 보호자와 동물보호소를 전전하던 떠돌이 개 보바는 “네 발 달린 선사”다. 공원에서 산책할 때 낯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것도,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흔들다 저자의 머리를 세게 때린 것도, 안락의자를 다 물어뜯어 놓은 것도 ‘한심한 제자’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르침이 됐다.

이를테면 양들이 싸놓은 똥 위에서 뒹굴다 온 보바를 보며 얻은 깨달음. “냄새날 때가 있는가 하면 목욕할 때도 있는 거지. 삶은 늘 새로운 찰나의 연속이야. 누가 공을 던져주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러지 않는 때도 있어.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와서 다 젖게 되는 게 삶이야. 그렇게 변하는 삶에서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괴로워지게 되어 있어.” 보바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 14년 동안 들려준 삶의 놀라운 비밀을 전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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