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여론전으로 비화한 LH 투기 의혹 수사
여 "검경 협력 보여줄 기회"..실패 땐 개혁 동력 약화 우려
[경향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불똥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까지 번졌다. LH 수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맡자 야당은 검찰 수사를 주장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공격했다. 여당은 야당의 비판을 일축하면서도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의 명분까지 얽혀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LH 수사를 두고 여야의 셈법이 엇갈리는 셈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LH 직원 투기와 관련해 정부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계로 검찰이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하지만, LH 직원들의 투기행각은 국민 분노를 극도화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윤석열 검찰총장 말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니 범죄완판(범죄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비판했다. LH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전반을 공격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된 수사기관이 수사를 못하는 상황을 오도록 한 게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면, 그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LH 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LH 수사가 걱정된다는 분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검경이 협력하고 합동하는 수사 모델을 국민들께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번 수사가 검찰개혁 측면에서 좋은 성과물이 될 수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개혁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수본이 수사를 잘한다면 LH 의혹으로 인한 위기가 검찰개혁의 명분을 강화시킬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LH 사건으로 ‘공식 데뷔전’을 치르게 된 국수본의 수사 성과에 따라 검찰개혁의 후속 동력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진용·윤승민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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