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트래블 버블

차준철 논설위원 2021. 3. 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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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해 2월 이후 사라졌던 TV홈쇼핑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지난 1월22일 재개됐다. 국내 한 여행사가 28만9000원짜리 베트남 리조트 3박 상품을 선보였는데, 주문이 폭주했다. 여행 예약 인원이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양국의 입국 자가격리가 해제돼 공식적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점 이후에야 떠날 수 있는 조건인데도 선점 경쟁이 치열했다. 이 여행사가 지난달 내놓은 필리핀 여행 상품도 마찬가지로 ‘완판’이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앗아간 일상 중 하나가 여행이다. 그 일상을 잃어버린 헛헛함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비행기만 타고 하늘을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무착륙 관광 비행’이 대안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목적지가 없더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외여행 수요가 부쩍 는 것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국경 봉쇄가 해제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왕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진작에 일어났다.

이 엄혹한 코로나19 시대에 해외여행이 가당키나 할까. 코로나19는 여행 문화 자체를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었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 시대의 여행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큰 거품 같은 안전막(버블) 안에서 여행(트래블)하는 것을 말한다. 방역이 우수한 두 나라가 입국 시 자가격리 없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이다. ‘여행 다리’ 또는 ‘코로나 통로’라고도 한다. 현재 호주·뉴질랜드가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대만·싱가포르는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도 최근 항공·관광업계를 살리는 차원에서 몇몇 국가와 트래블 버블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낫다. 트래블 버블에 도달하기 위해 넘어야 할 방역의 산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연내 시행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지긋지긋한 코로나19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일상을 되찾으려는 마음과 똑같다. 지난 1년을 참았듯, 해외여행의 즐거움은 아끼고 쌓아두자. 아무래도 지금은 여행보다 방역이 먼저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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