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매우 부끄럽다"고 한 코로나 속 여성의 노동권
[경향신문]
113주년을 맞은 세계 여성의날인 8일, 전국 곳곳에서는 절박한 노동환경에 처한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의 고통이 비켜간 곳은 하나도 없지만, 여성들의 유·무급 노동 현실은 유달리 가혹해졌다. 불안정 고용·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자주 그리고 더 먼저 해고되고, 사회적 돌봄 기능의 마비로 사적 돌봄의 짐까지 지게 됐다.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은 각종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5명 중 1명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선 이 비율이 4명 중 1명 이상(29.3%)으로 높다. 임시직·일용직 등 취약노동자일수록 퇴직 경험 비율은 더 높았다. 특히 퇴직한 20대 여성들은 실업급여나 고용유지지원금 수혜율 등 정책적 지원에서도 가장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0년 취업자 수 현황에서도 2019년 대비 여성 취업자 감소 폭은 남성의 1.6배 수준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남성 취업자는 2.5% 감소한 반면 여성 취업자는 5.2% 줄었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지난해 남성 자살자 수는 8.9% 줄었지만, 여성 자살자는 4.8% 늘었고, 상반기 20대 여성으로 좁히면 2019년 대비 43% 증가했다”면서 “여성들이 경제적·정서적 고립으로 ‘조용한 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올해 세계 여성의날 주제인 ‘여성의 리더십: 코로나 세상에서 평등한 미래 실현’을 언급하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 작성 이래 한국은 줄곧 ‘성별임금 격차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여성 노동자의 참담한 현실과 위상을 보여주는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한 해 여성들은 보건의료 노동에서부터 간병, 양육, 대면 서비스 노동에까지 팬데믹 시대의 필수노동에 종사하며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 위기 극복의 버팀목”이 돼왔다.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절감한다면, 이젠 부끄럽다는 말 대신 또 영웅이라는 칭찬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생색내기가 아닌, 진심으로 성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실행계획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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