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 3기 신도시 '토지 분양권' 특혜도 노렸나

진명선 2021. 3. 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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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지 1000㎡ 이상 토지 보상 때
전매 가능한 협의택지 줘 혜택
땅 분양 뒤 되팔면 거액 프리미엄
법망 빈틈 이용해 사전매입 의혹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묘목들이 심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새도시 예정지 투기 논란과 관련해, 이들이 1000㎡ 이상 토지를 소유한 지주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특혜인 ‘협의양도인 택지’를 통한 투기 수익 극대화 방법을 파악하고 이를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3기 새도시 개발에 적용되는 공공주택특별법은 기존 대규모 택지개발에 적용되는 택지개발촉진법과 달리 협의양도인 택지를 이용한 땅투기를 사실상 허용하는 특례 조항을 시행령에 두고 있어, 이 같은 투기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주택지구 내 토지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토지에 대한 현금보상과는 별도로, 주택지구 내 조성된 단독주택용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일종의 ‘토지 분양권’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1000㎡ 이상 지주에게 주어지는 단독주택용지를 ‘협의양도인 택지’(협의택지)라고 일컫는데, 협의택지 분양권을 갖고 있는 지주들은 엘에이치와 같은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액(감정가)으로 책정한 분양가를 지불하고 단독주택용지를 엘에이치로부터 살 수 있다.

문제는 협의택지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3기 새도시는 공공주택특별법(공주법)을 적용해 개발되는데 공주법 시행령은 협의택지를 전매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어, 엘에이치는 이에 따라 협의택지에 대해 가격 제한 없이 전매를 허용하고 있다. 협의택지를 분양받은 토지소유자가 프리미엄을 붙여서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위례새도시 등에 적용되는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에서는 2007년 이후 협의택지를 전매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사업시행자 동의를 거쳐 전매하더라도 분양받은 가격 이하로 팔아야 한다.

특히 2017년부터 공공주택지구에서 단독주택용지를 분양받는 일반인은 2년 동안 전매가 금지됐기 때문에, 협의택지는 분양받자마자 프리미엄을 남기고 전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또 일반인은 추첨으로 분양받기 때문에 탈락할 수 있지만, 협의택지 대상자는 토지 위치만 추첨으로 배정할 뿐 사실상 토지 공급이 보장되는 점도 유리한 점이다. 엘에이치 직원들은 2~3년 전에 새도시 예정지의 땅을 사둠으로써 협의택지를 비싸게 매도할 수 있는 지주가 된 셈이다.

최근 이런 방법으로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곳이 과천 지식정보타운이다. 온라인에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협의택지’ 투자를 추천하면서 “아는 사람들만 투자한다는 그들만의 리그, 단독주택용지” “과천 구시가지 다가구주택 토지비용이 평당 3500만원 선인데 협의택지 분양가는 1100만원”이라는 등의 중개업소 홍보 글이 상당수 게시돼 있다. 과천 쪽의 한 공인중개사는 “10억원에 분양받은 협의택지 가격이 20억원 수준”이라며 “원주민에게 특혜를 준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된 엘에이치 직원들은 3기 새도시 개발 과정에서 1000㎡ 이상 지주들에게 주어지는 이런 ‘특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공개한 엘에이치 직원 소유 필지의 등기부등본 등을 조사한 결과, 13명 가운데 최소 7명이 과천 지식정보타운 개발을 담당했던 경기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경기지역본부에 근무하면서 얻은 협의택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도시 개발이 확실시되는 광명·시흥 지구에 투기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주거전용)만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협의택지 공급 방식과 달리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점포겸용), 이른바 ‘상가주택’을 협의택지로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주택은 주택 임대료뿐만 아니라 상가 임대료 수입까지 얻을 수 있어 은퇴자들의 노후 대비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점포겸용은 일반인이 분양받을 경우 경쟁입찰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람이 분양을 받는 방식이다. 반면 협의택지는 시세 대비 저렴한 감정가로 분양받을 수 있다. 화성 쪽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거전용 협의택지 프리미엄은 1000만원대이고, 점포겸용 협의택지는 1억원대”라고 말했다.

특히 협의택지를 점포겸용으로 할지 주거전용으로 할지는 전적으로 보상업무 등을 진행하는 엘에이치 지역본부가 결정하도록 돼 있는 점도 엘에이치 직원들이 60~70% 대출을 끼고 100억원 규모의 대출을 감행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협의택지 대상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지역본부가 보상을 하는 과정에서 토지이용계획을 참고해 협의택지 위치나 물량, 점포겸용 여부 등을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명선 강재구 이주빈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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