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면세점 협력사.. 정부, 지원 나몰라라

피해 실태 들여다보니
작년 127곳 평균매출 71% 급락
근로자도 절반 넘는 1568명 실직
일단 철수하면 재입점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식 적자 운영 계속
정부 지원 임대료 감면 등 면세점 집중
생존 갈림길에 선 업체들 도움 호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내 면세점에서 패션·액세서리 상품 등을 판매하는 업체를 8년째 운영하는 안상용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인건비로만 10억원 넘게 적자를 내고 있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출국길이 막히며 2019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면세점 사업은 관광객에 의존하다 보니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였다”며 “몇 개월이면 끝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지금까지 매장을 운영하며 고용도 최대한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면세점 판매사원 대부분을 고용하고 있는 면세점 협력업체(에이전시)들이 코로나19 피해업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8일 면세점 협력업체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이 최근 표본조사한 127개 업체의 지난해 평균 매출이 7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 면세점 매출액(5조원)을 기준으로 모든 면세점 협력업체들의 매출피해를 추정해보면 매출액 감소 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근로자 감소율은 57.4%로, 조사 대상 업체에 고용돼 있던 3683명 중 절반이 넘는 1568명이 실직했다.

면세점 협력업체는 면세점에 상품을 납품하고 판매하는 업체로, 전국에 수백 곳이 있다. 면세점의 인테리어 등 상품 판매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포함된다.

일부 명품과 대기업 제품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이 이들 업체를 통해 판매되고 있고 면세점 판매사원 대부분도 이들 업체에 고용돼 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지만 인건비와 재고처리비, 사무실 운영비 등의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특성상 운영이 어렵더라도 일단 매장을 철수하면 다시 입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표적인 코로나19 피해업종인 면세업계를 위해 공항임대료 감면, 내수통관상품 판매 허용 등의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대기업 면세사업운영권자에는 도움이 되지만 협력업체에는 대부분 해당되지 않는다.

고용안정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역시 해고자가 없어야 하고, 해당 직원을 휴직시키는 조건으로 나오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면세점 협력업체 관계자는 “면세점 판매직원은 하루에 김 한 봉지만 주문이 들어와도 직접 나가서 판매를 해야 하는 현장직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처럼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직시킨다든지 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면세점 협력업체는 실질적으로 전국의 면세점에 매장을 운영하며 재고를 부담하고 판매사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도움이 되는 균형적인 정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그동안 지원에서 소외됐던 면세점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해 정부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