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응원받고 펄펄..디섐보 377야드 날리며 우승

오태식 2021. 3.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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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파5 6번홀서 또 호수 넘겨 티샷
나흘간 파5홀에서만 10타 줄여
우즈 "용감하게 경기하고 싸우자"
디섐보 "어려움 극복할 것" 화답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챔피언조로 출발을 몇 시간 앞둔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차량 전복 사고로 다리를 다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우즈는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계속 싸워 나가자고 했고, 지금은 고인이 된 아널드 파머가 강조했던 것처럼 용감하게 플레이하자고도 했다. 우즈의 응원에 감격한 디섐보는 "계속 나아가자. 당신은 극복할 것이다. 당신은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열정적이다. 당신은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답장했다. 우즈의 격려는 디섐보가 우승하는 데 큰 힘이 됐다.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파72)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1언더파 71타를 친 디섐보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리 웨스트우드(48·잉글랜드)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9월 US오픈 이후 6개월 만이자 통산 8번째 PGA투어 정상이다. 2020~2021시즌 처음으로 다승자가 된 디섐보는 페덱스컵 랭킹 포인트 1위에 등극했고 세계랭킹도 11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첫 홀을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디섐보는 4번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한 뒤 화제의 6번홀(파5)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호수를 낀 반원 형태 홀을 돌아가면 555야드가량 되지만 호수 너머 그린을 직접 노리면 350야드 정도로도 '원온'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호수 오른쪽 부분을 넘겨 안전하게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호수를 바로 가로질러 그린을 겨냥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섐보는 모험을 택했다. 우즈의 격려도 격려지만, 대회 주최자였던 파머도 평소 후배들에게 과감한 샷을 하길 권고했다.

전날 370야드를 보내 호수를 넘겼던 디섐보의 샷은 이번에는 377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다. 전날 531야드로 세팅된 이 홀은 이날 565야드로 조금 길게 조정됐다. 홀까지 88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디섐보는 그린 뒤로 공을 보낸 뒤 세 번째 샷으로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날 디섐보에게는 두 번의 결정적인 퍼팅이 우승에 힘을 보탰다.

4번홀(파5) 버디는 11m 거리에서 나왔고 11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워터해저드 근처에 떨어지는 바람에 무려 15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겼으나 이를 파로 연결했다. 웨스트우드가 1타 차로 추격한 18번홀(파4)에서도 디섐보는 5m 파 퍼트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디섐보가 6번홀을 포함해 파5홀에서 보여준 능력은 장타가 결코 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에서 디섐보는 파5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잡았다. 우승 스코어(11언더파) 중 언더파 대부분은 파5홀에서 얻은 것이다. 전날 4개의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고 이날도 버디 2개가 모두 파5홀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321.3야드로 1위이고, 최장타 부문에서도 377야드로 1위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티샷에서 얼마나 타수 이득을 봤는지 측정하는 스트로크 게인드 티샷 부문에서도 당연히 1위였다.

디섐보는 경기 후 "내 자신에게 '몇 번 넘어지는가보다 몇 번이나 일어나 다시 길을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며 "오늘 분명히 그것을 해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회 챔피언이 입는 '빨간 카디건'을 입고 입가에 특유의 환한 웃음을 가득 담은 채 기뻐했다.

48세의 노장 웨스트우드는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잃고 우승을 놓쳤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이날 3타를 잃고 공동 4위(합계 6언더파 282타)를 차지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4타를 잃고 공동 10위(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대회를 마쳤다. 6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두 번이나 빠트리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기록한 게 아팠다.

임성재(23)는 이글 1개, 버디 1개,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로 흔들려 4오버파 76타를 치고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6번홀에서는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도 이글을 잡아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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