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머니 블랙홀 시대 막내리나..올들어 채권형 펀드 9조 몰려

최정희 2021. 3. 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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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증권사 고객예탁금 1.7조 감소
채권형 펀드로 9조 유입..주식형의 2.6배 증가
"연초 기관 자금 집행 영향에 따른 것일 수도"
(사진= AFP)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올해 들어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자산시장 투자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동학개미운동에 주식으로만 몰리던 자금이 채권으로도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올들어 채권형 펀드로 9조원 가량이 유입, 주식형 펀드 유입액의 세 배에 달했다. 반면 증권사 계좌에 들어 있는 고객예탁금은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지수가 1월 이후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에서 주는 이자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는 공모, 사모 합산 설정액 기준
(출처: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 두 달간 채권형에 9조 유입..전년비 3배 증가

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4일 현재까지 채권형 펀드(공·사모, 설정액 기준)로 8조 9700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 3조4900억원 대비 2.6배 더 많다.

올해 1월과 2월만 따져보면 채권형 펀드로는 각각 4조 900억원, 4조 9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매월 4조원대의 자금이 들어왔다. 특히 국채 금리 상승폭이 커졌던 2월에는 우리자산운용 우리단기채권 펀드로 36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 936개 공모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올 1, 2월 기준 9조원으로 같은 기간 2019년(5조원)과 작년(3조 2000억원)을 비교해도 그 규모가 컸다. 반면 주식형 펀드로는 1월, 2월 각각 1조 7200억원, 1조 5200억원이 들어와 매월 유입액이 1조원대로 집계됐다.

작년 주식 직접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채권형(3500억원 유출)은 물론 주식형 펀드(10조원 유출)에서 자금이 빠지고 증권사 고객예탁금에만 무려 38조 1800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흐름이다. 고객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예치된 자금 중에서도 아직 주식 투자에 사용되지 않은 자금으로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으로 불린다. 올 들어선 이러한 고객예탁금도 3조 32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도 1월, 2월 상장주식을 5조9000억원 가량 내다 판 반면 채권 시장에선 10조원 가량을 순투자했다.

이러한 자금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채권 금리 상승으로 풀이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월초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 하원 모두 장악)에 1%를 넘더니 두 달 사이 1.6%에 육박할 만큼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국내 국채 금리 상승도 자극했다. 지표금리인 국채 3년물 금리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1%가 채 안 됐으나 8일 현재 1.139%로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2.028%로 2년 만에 처음으로 2%대로 올라섰다. 이러한 가파른 금리 상승이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면서 증시는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는 1월 중순 3200선을 찍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뒤로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되며 3000선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는 작년만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은 계속 풀리고 단기 부동자금은 많아서 주식 대신 채권 시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 판 돈, 채권보다 MMF 등으로 이동 가능성”

다만 아직까지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기엔 그 기간 자체가 너무 짧다는 분석도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에는 기관의 자금 집행으로 사모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을 보여온 데다 2월엔 월말로 갈수록 증시가 빠졌기 때문에 주식을 판 자금이 바로 채권으로 갔을 가능성은 적다”며 “머니마켓펀드(MMF)나 은행 예금으로 이동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는 수 개월 이상 보유해야 이익이 나기 때문에 단기 부동자금을 채권형 펀드에 넣었을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MMF, 은행 예금 등 단기 부동자금은 증가세다. 1, 2월 은행 요구불, 저축성 예금으로 6조원 가량이 유입됐고 MMF로는 19조원이 들어왔다. 다만 2월 연말정산으로 환급받는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유입되면서 2월마다 예금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작년 1, 2월에 MMF, 은행 예금에 총 60조원 넘게 유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부동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은행 예금금리는 대출금리 상승세와 대조적으로 올 들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수신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작년 12월 0.90%에서 올 1월 0.87%로 하락했다. 2월 18개 시중은행의 1년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0.81% 수준에 불과했다.

향후 자금 흐름은 금리 상승세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광영 연구원은 “금리가 천천히 오르면 현재 자금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급격하게 상승하면 달라질 수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익 교수는 “시장금리가 오르면 물가가 예상보다 오름폭이 크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며 조기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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