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서울대 컴공과 미달사태, 후폭풍 왔나
[편집자주] IT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랜드가 우리 사회, 경제 전분야로 확산되면서 이에 대응할 IT 서비스 개발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져서다. 기업들은 웃돈을 제시하면서까지 능력있는 개발자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최근 벌어지는 IT개발인력 쟁탈전의 양상과 원인, 해법을 짚어본다.
"단순하게 말해 본질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최근 한 모바일 플랫폼 기업 인재 채용 담당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이른바 '대육천'(초봉 6000만원) 시대로 상징되는 IT(정보기술) 업계 '개발자 인력난' 현상은 이미 15년 전 예고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매번 미달 사태를 겪었고, 카이스트 전산학과는 2004년 이후 7년간 단 한 번도 학과 정원 50명을 채우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의 여파로 교육당국과 대학이 소프트웨어(SW) 인력 육성에 잔뜩 움츠러 들어서다. 이후 주요 IT기업의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가 막노동에 비견될 정도로 좋지 못하고 휴일없는 프로젝트로 혹사 논란까지 일었다. '개발자 20년이면 결국 치킨집행'이라는 자조까지 나돌면서 SW 전공 기피현상을 심화시켰다.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IT, 빅데이터, AI(인공지능)의 중요성이 강조됐음에도 개발 인력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십수년째 묶였던 서울대 컴공과 정원 55명은 지난해에야 70명으로 확대됐다. 그나마도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인 미국 스탠포드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스탠포드대 컴공과 인원은 2008년 141명에서 2020년 74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기업이 즉시 전력감으로 쓸만한 10년이상 경력자나 석박사급 인력은 해외 유출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대 등에서 연간 10~20% 정도의 인력이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으로 빠져나간다. 미국의 경우 개발자 평균 연봉이 국내 2배 수준인 10만달러에 달해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부족한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같은 개발자라해도 개발수준과 경력에 따라 처우, 업무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등 주요 IT기업이 선점경쟁을 벌이는 인력들은 대부분 10년차 이상으로 각종 모바일 프로젝트나 신 서비스 구축을 경험한 팀장급이다. 나머지 대다수 일반 IT서비스 개발자들은 여전히 단순 코딩업무를 반복하며 야근과 밤샘에 시달린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급격히 늘어난 모바일 앱 개발 수요를 웹 중심의 교육 현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개발자라도 앱과 웹에서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기반이 달라 적응이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앱 개발 경험이 많은 경력자들을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SW교육기관의 교육 커리큘럼을 개선하고 업체들도 보다 창의적 개발작업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부 수준에서도 실무에 바로 투입할 만큼 코딩 교육을 강화하고 '코딩 부트캠프'(비제도권 SW개발 교육기관)역시 교육수준과 강도를 높여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야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정부의 SW인력양성 역시 이같은 현업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출신 대학교수는 "실무에 필요한 오픈소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데 신입사원을 보면 코드를 단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업의 경험을 살려서 더 나은 개발자를 길러낼 수 있도록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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