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뛰는 황의조, 그의 성공 뒤에는 스승의 특별한 가르침이 있었다

서정환 2021. 3. 8. 1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서정환 기자]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29, 보르도)는 현재 프랑스 리그앙에 진출해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지도자들의 가르침과 노력이 있었다. 

황의조의 스승 중 한 명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조관섭 단장이다. 국내 아마추어 축구에서 수 십년 간 유망주들을 다수 육성한 조 단장은 황의조, 홍철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스승이다. 그는 이제 해외축구로 눈을 돌려 국내 유망주들이 독립구단을 거쳐 해외리그에서 크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FC아브닐 성인팀과 U18세팀의 단장을 맡고 있는 조관섭입니다. 1988년에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유소년 육성에 집중하여 축구 인생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약 20년 정도 풍생고등학교(성남FCU18)에서 감독을 해왔고, 이후에는 다양한 시도협회 및 연맹에서 한국 유소년 축구발전과 관련된 행정직을 맡아 왔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는 FC아브닐이라는 독립구단에서 단장으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Q. 많은 국가대표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셨습니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대표적으로는 최근 프랑스 보르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황의조 선수가 가장 대중들에게 알려진 선수인 것 같습니다. 황의조 선수는 풍생중학교 졸업 후 풍생고등학교로 진학한 선수였는데, 고등학교 입학 당시에는 전반적으로 스피드도 좋지 않고, 지구력도 약한 편인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공간 침투나 문전 앞에서의 침착함은 지금같이 또래에 비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 당시 한국 프로 무대에서 스트라이커는 대부분 외국선수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는 스트라이커와 센터백 훈련을 함께 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황의조 뿐만 아니라 홍철이나 김치우 등 국가대표로 성장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동 나이대에서 볼 수 없는 성실함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팀 훈련은 물론이고 개인 훈련을 거르지 않으며 노력했던 선수들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선수 생활을 보내는 것을 보면 운동에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격언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현재 단장직을 맡고 계신 FC아브닐이라는 팀이 생소한데, 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FC아브닐 성인팀은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독립구단입니다. 독립구단이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할 수는 있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이 프로팀 입단이라는 목표를 위해 함께 훈련하는 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U18세 팀은 올해 처음으로 창단된 신생팀이며 일반팀과 마찬가지로 리그와 대회를 참석하되,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진로 교육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끔 선수들을 육성하고자 창단하게 됐습니다.

Q. 독립구단의 단장직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 해 대한민국 축구 시장에 나오는(고등학교 졸업생 또는 대학교 중퇴, 대학교 졸업자) 인원은 어림잡아 6,000명 정도인데, 이 중에서 프로리그(K1, K2)에 신입으로 입단하는 선수는 매년 150여 명 정도입니다. 물론 K3, K4를 포함한다면 비율이 더 늘어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 축구팀에 입단할 수 있는 비율은 배출되는 선수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입니다. 

오랜 기간 현장 지도자로 일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도 배출했고, 수많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를 하면서 늘 마음 한 편을 누르고 있던 선수들은 취업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문 축구 선수들은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에 전념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렇게 청소년기를 축구에 매진한 선수들이 앞서 말했듯이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졸업을 한 후에 취업이 되지 않았을 때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선수들은 축구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동나이대에 있는 다른 일반인과 비교하면 축구 이외의 직업선택권이 폭이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대에 축구에 한 인생을 보낸 사람으로서, 지금까지의 지도자 생활을 돌아보니 우리 세대가 이러한 축구 시스템을 변혁하는 데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 지 고민하다 FC아브닐의 팀 운영 방향성을 보고 단장직을 수락하게 됐습니다.

Q. 훈련을 하고 프로에 도전한다는 팀 정책은 일반 팀들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저희 팀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본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축구에 전념한 선수들이고 이 팀을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희 팀의 우선순위 또한 당연히 이 선수들의 국내외 취업(프로팀 입단)입니다.

다만, 저희 팀의 모든 선수들이 입단에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팀에서는 적어도 이들에게 축구 선수 이후의 삶을 그릴 수 있는 진로 방향성을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프로 선수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그들이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본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고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은 ‘축구’라는 산업에 특화된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현장에 있으며 이러한 선수들이 은퇴 후 직업을 찾지 못하거나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 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자주 보다 보니 이 부분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전반적인 손실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축구와 관련된 유관 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축구 지도자, 심판, 에이전트 등 다양한 산업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진로 방향성을 제공해주고자 합니다.  

Q. U18세팀은 성인팀 운영 중에 창단됐다고 하셨는데, 창단한 계기가 있다면요?

FC아브닐U18은 성인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올해 새롭게 리그에 참가하는 신생팀입니다. 성인팀을 약 2년 정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좀 더 어린 나이에 선수들이 넓은 시야를 갖고 도전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국 리그에 참여를 하고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으로 진행하면 선수들의 직업선택권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수들에게 정기적으로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본인의 커리어를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합니다. 향후 U15세 팀과 U12세 팀도 창단하여 이러한 아브닐만의 문화와 정신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Q. 성인팀과 U18세팀, 두 신생팀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은 단순히 축구 지도자로만 구성되어 있는 팀은 아닙니다. 먼저 축구 지도를 위해서 뜻을 함께하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도자는 선수들의 기술적인 성장을 담당한다면 선수들의 프로모션은 전문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매니지먼트사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프로팀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데, 현장 지도자들은 기술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들을 회사가 채워주는 형식으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시스템을 체계화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적어도 본인의 삶을 구상할 수 있는 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현재도 가슴이 뛰며, 조금 더 선수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이 팀을 맡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FC아브닐이 배출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현재까지 약 50명의 선수 중 10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습니다. K3와 K4는 세미프로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지겠네요. 가장 최근에는 K리그 모 구단에 선수가 계약을 했습니다. 

기회를 찾아 온 선수들이다보니 국내보다 해외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비율이 더 높은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정규현이라는 선수는 슬로바키아의 FC 코시체 U19세 팀에 입단했다가 올해 성인팀에서 프로 계약을 맺고 데뷔를 했습니다. 임승현 선수는 핀란드 1부리그 HIFK FC에 입단을 했었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홍콩, 필리핀, 브루나이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지속적으로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직에서 프로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이적 전 경기력 유지 및 몸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승용(현 홍콩 리만 FC), 배범근(현 말레이시아 Negeri Sembilan FA), 김동수(현 베트남 HAGL FC) 등이 해당 국가 출국 전 훈련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이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고 FC아브닐 선수들에게는 프로선수의 경험을 함께 훈련하며 체득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윈윈 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FC아브닐의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 팀의 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혹은 대학교 1,2학년 재학 중 휴학을 하고 도전하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올 시즌 들어 K리그 U22세 선수 규정이 확대되고 있고, 세계의 축구 시장 추세 또한 갈수록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FC아브닐이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부분은 IT와 데이터를 접목한 선수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객관적인 선수평가지표를 선수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프로 구단에서는 도입이 되어 상용화 되었지만 아직까지 아마추어의 단계에선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모든 내용의 키워드는 결국 ‘시스템’입니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운영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팀으로 발전한다면, 처음에 말씀드렸던 한국 축구 한명의 지도자로서 갖고 있었던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조관섭 단장 / 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조관섭 단장 이력] 

경성고 – 중앙대학교 졸업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국가대표 선수(2진)

중소기업 은행(실업팀)

풍생고등학교 감독(1988~2007, 성남FCU18)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서울시축구협회 전무이사

경기도 축구협회 기술이사

성남시축구협회 전무이사

한국고등축구연맨 부회장

한국유소년축구클럽연맹 부회장

-> 유소년 축구 전문가

-> 황의조, 홍철, 김치우 등의 국가대표 선수 배출 감독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