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신드롬..野 심드렁

한기호 2021. 3. 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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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청와대·정부의 사실상 '검찰 수사 폐지' 움직임에 맞서다가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그의 차기 대권 행보가 기정사실화했다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급부상에 맞물려, 야권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한층 흔들리는 상황이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의 정치입문 여부와 방식, 야권 재편을 누가 주도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윤 전 총장은 4일 사퇴를 선언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며 "앞으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 전 총장의 사실상 정치참여 선언으로 간주한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직후 '잠행'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7일 언론 인터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관련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즉각적인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선거를 의식해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결과적인 정치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임기를 4개월쯤 앞두고 사퇴한 것도 대권 출마 의지가 결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현직 검사·법관이 공직 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하도록 하는 이른바 '윤석열 출마 방지법'을 발의해뒀기 때문이다. 만약 윤 총장이 이달 9일 이후까지 자리에 머물렀다면 '거대 여권'이 해당 법안을 단독 처리할 시 출마 길 자체가 막힐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윤 전 총장은 사퇴 발표 직전 그의 측근이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와 공동행보를 했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에 행보에 일단 반색하면서도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5일 윤 전 총장이 '야권 사람'이 됐다고 언급한 데 이어, 8일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차기 대권지지율 30%를 넘나들며 1위를 달렸다는 결과를 주목한 것이다. '별의 순간(Sternstunde)'은 독일어권에서 인생을 가를 '운명의 순간'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나 스스로가 윤 전 총장을 당장 만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즉각적인 만남과는 선을 그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은 국민의힘과 함께 간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본인 의지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라면서 "다만 문재인 정권의 법치주의 파괴나 검찰 폐지에 준하는 '수사권 박탈'에 대해 입장을 같이 하기에 그런 점에서는 협력을 같이할 수 있겠다"고 연대를 시사했다. 당내 잠룡들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에 대해선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지금 지지율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중요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은 야권의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선거 결과에 따라 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로 향할 유인이 커지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면 제1야당 합류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야권분열로 민주당이 승리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정치적 동력을 상실하고 윤 전 총장 본인이 야권 재편의 중심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시장 본선거에 앞서 '개인 브랜드'를 앞세운 안 후보와 단일화 기싸움 중인 국민의힘은 향후 야권 재편에서 '객체'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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