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비트코인, 순풍인가 광풍인가

김광태 2021. 3. 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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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짐 로저스는 돈의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투자의 귀재다. 그런 그도 투자에서 후회하는 일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비트코인을 얕봤다는 거다. 그마저 비트코인 잔칫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해 쏠쏠한 재미를 맛보지 못했다는 푸념을 늘어놨다.

대체 비트코인이 뭐길래 이렇게들 야단일까. 먼저 가격부터 짚어봐야겠다. 8일 오전 12시(세계 표준시 기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5797만344원이다. 비트코인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어느새 미국 달러로 5만 달러를 넘어섰다. 채굴기 가격 또한 껑충 뛰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품 수급 문제가 겹친 탓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논쟁중이다. 광풍이다. 아니다,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는 시기다. 논쟁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국내에서도 20, 30대의 투자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성투' 무용담이 넘쳐난다. "수중에 지닌 금을 모두 팔아 비트코인을 샀더니 금을 보유했을 때보다 3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월급은 부업, 본업은 비트코인 투자"라며 수익률 인증샷을 당당하게 올려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땅 투기는 전국민의 투자(투기) 의욕을 한껏 고취시키고 있는 중이다.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는 아우성도 있지만 분명 비트코인은 '불장'(Bull Market)의 현장이다.

'디지털화폐'라 불리는 비트코인이 나온지 10년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신세계다. 들어는 봤는데 좀체 감을 잡을 수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이라는 말도 생경하다. '채굴'이라는 말은 더욱 요상하다. 광산도 아니고, 곡괭이를 들고 땀흘리며 파는 것도 아닌데, 비트코인을 채굴한다니. 이런 용어부터 뇌압을 자극한다는 설명이다. 먼저 잊지 말아야 할 대전제가 있다. 우린 지금 싫든 좋든, 디지털이 확장시킨 새로운 가상화폐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은 수많은 암호화폐 중 하나다. 2040년이 되면 총 2100만 비트코인을 끝으로 발행이 끝난다. 현재 약 1700만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방식은 간단하다. 컴퓨터가 채굴 현장이다. 누가 더 빨리 천문학적인 노가다로 적정 논스(nonce, 임시값)를 찾느냐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호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발행량도 줄어든다. 암호는 수많은 계산이 필요한 작업을 동반한다. 암호를 풀어 장부에 기록하는 권리와 그 대가로 신규발행된 비트코인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이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 '채굴'이라고 한다.

한때 혹독한 시련기를 이겨낸 비트코인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의 금'으로 떴다. 비트코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7년 말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옵션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때부터 가격 상승랠리가 시작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마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허가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결정적으로 테슬라가 1조6800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비트코인 열풍에 불을 질렀다.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도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굴지의 금융사도 비트코인 투자를 선언했다. 비트코인이 봄날을 맞았다.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중앙 통제적인 금융기관의 개입이 없다는 점이다.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참여자 모두에 의해 관리와 운영이 이뤄진다. 전자적 방식으로 거래되지만 익명성은 철저히 보장된다. 인터넷만 있으면 모든 곳에서 전송, 보관,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으로 송금 한 뒤 외국에서 현금으로 바꿔 사용하는 방식이다. 송금 수수료가 은행보다 90% 정도 저렴해 유학생들에게도 매우 유리하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의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할 수 있을까. 여기에 비트코인의 미래가 결정된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말을 빌려보자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실제로 연준의 정책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 재무부와 연준은 비트코인이 결제 보조수단으로 머문다면 봐줄 수 있지만 선을 넘으면 언제든 가만 있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비트코인이 크면 클수록 자신의 명줄이 빨리 끝날 수도 있다.

획일적 중앙집권식 규제를 거부하고 국경을 초월한 세계화를 지향하는 비트코인의 철학에 대해 냉정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래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지만 먼저 사회적 효용성을 냉정히 분석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하지만 뜨거운 암호화폐 열풍과는 달리 정책적 논의과정은 매우 더딘 편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 공백기를 언제까지 방치할 순 없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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