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ESG채권 발행 활발하지만..'그리니엄'은 아직

신다은 2021. 3. 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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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다양한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이에스지) 경영의 일환으로 이에스지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에스지 채권은 기업이 환경 보호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한광열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이에스지 채권의 발행 조건이 일반 채권보다 더 낫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업들이 이에스지 경영을 한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용도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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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대세' ESG채권 들여다보니

올 들어 다양한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이에스지) 경영의 일환으로 이에스지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채권에 견준 발행상의 이점, 일명 ‘그리니엄(그린+프리미엄)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스지 채권은 기업이 환경 보호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기업이 일반채권으로 마련한 돈은 사용처 제한 없이 쓸 수 있지만 이에스지 채권으로 마련한 돈은 미리 정한 용도로만 쓸 수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자금 사용처가 한정적이고 시장의 관심도 적어 발행 건수가 많지 않았지만 올 들어 현대차·기아, 케이비금융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에스지 채권을 앞다퉈 발행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자산운용을 비롯한 국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들의 이에스지 경영 실적을 보겠다고 지난해 밝히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서부터다.

이에스지 투자는 기존의 사회책임투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경영전략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수익도 가져다 준다고 본다. 이에스지 투자를 먼저 시작한 유럽은 기관투자자들이 일반채권보다 이에스지 채권을 더 선호해 결과적으로 발행 이자율이 낮아진다고 봐 ‘그리니엄’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뚜렷하진 않다. 우선 이에스지 채권의 발행 조건이 일반 채권과 견줘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현대제철이 지난 1월25일 발행한 이에스지 채권 3년물(1.221%)과 국고채 3년물(1.006%)의 금리 차는 0.215%포인트로, 지난해 7월14일 발행한 일반 채권 3년물(1.616%)과 국고채 3년물(0.854%) 금리 차 0.762%포인트보다 작다. 이에스지 채권 금리가 일반 채권 금리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뜻이다.

반면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지난달 16일 발행한 이에스지채권 3년물 금리(1.548%)와 국고채 3년물 금리(0.984%) 차는 0.564%포인트로 지난해 11월27일 발행한 일반 채권 3년물 금리(1.317%)와 국고채 3년물 금리(0.979%) 차인 0.338%포인트보다 컸다. 두 채권의 발행 시기가 달라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리니엄이 뚜렷하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또한 이에스지 채권은 신용평가사의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해 발행 비용도 일반 채권보다 더 든다. 한국거래소가 사회책임투자증권에 상장수수료와 상장연부과금을 면제해 주긴 하지만 신용평가사의 지속가능채권 검증 수수료가 통상 더 비싸다. 예를 들어 현대제철이 지난 1월 이에스지 채권 검증에 낸 수수료는 390만원이지만 면제 받은 상장수수료와 상장연부과금은 이전에 발행한 일반 채권 기준 각각 160만원과 30만원에 그친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이 이에스지 채권 발행에 나서는 건 ‘홍보 효과’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광열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이에스지 채권의 발행 조건이 일반 채권보다 더 낫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업들이 이에스지 경영을 한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용도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스지 채권의 자금 집행 내역을 봐도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한다기보단 햇살론 대출(케이비금융), 양극재 설비 증설(엘지화학) 등 기존에 하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스지 채권이 시장에서 실제 ‘프리미엄’을 발휘하려면 관련 시장이 좀 더 커져야 한다. 일반채권보다 이에스지채권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고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기관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윤원태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나 민간 보험사들이 채권 투자를 할 때 이에스지를 고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스지채권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수요가 늘면 그에 따른 프리미엄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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