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 '공연취소' 논란 뒤엔.. 사각지대 놓인 대중음악 공연장

심윤지 기자 2021. 3. 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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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포구청의 직무유기로 피해를 본 공연장과 관객들에게 사과를 요청합니다.”

한국음악산업레이블협회(음레협)가 8일 발표한 입장문이다. 음레협은 “지난달 27일 마포구 서교동 소규모 공연장 ‘네스트나다’는 공연 시작 30분 전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으로부터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음레협 설명에 따르면, 네스트나다 측은 공연 이틀 전 마포구청에 공연 가능 여부를 물었고, 진행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공연 당일 이곳을 찾은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의 방역 지침이 개정되었다”며 공연을 중단시켰다.

논란이 커진 것은 마포구청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구청 관계자는 한 언론에 공연 중단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다”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 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 19 이후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뮤지션 호란, 오지은, 기타리스트 이능룡 등은 “평소 문화예술의 중심지를 자처해 온 마포구가 음악의 위계를 나누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사실 구청의 단속 자체에 법적 문제는 없다. 해당 공연장은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서울시가 발표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따른 유흥시설 및 음식점 등 방역조치 고시’에 따르면 “영업장 내 무대 시설에서의 공연 행위는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칠순잔치 발언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과 공연장으로 등록된 공연장 사이의 방역지침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대중음악 공연을 칠순잔치에 빗댔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라이브공연장에 적용되는 방역지침을 두고 현장 혼선은 커지고 있다. 공연과 대관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공연장들은 사실상 영업중단 상태지만, 지원대책 논의 역시 지지부진하다. 지원 대상인 ‘라이브공연장’의 정의부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마포구청에 정식 등록된 공연장은 30곳이지만, 음레협이 추산하고 있는 홍대 앞 라이브 공연장은 약 90곳이다. 윤동환 음레협 부회장은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하려면 출입문 갯수 등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면서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들이 얼마나 되고, 어떤 상황인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199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 홍대 앞 라이브클럽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디 뮤지션에게 무대를 제공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규모 공연장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부터는 브이홀, 무브홀 등 유서깊은 홍대 공연장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이에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 공연장 현실에 맞는 거리두기 지침 마련을 요구 중이다.

대중음악 차별 논란도 계속 이어진다. 거리두기 2단계를 기준으로 뮤지컬·연극·클래식 공연은 ‘동반자 외 한칸 띄어 앉기’ 규칙을 적용받지만 대중음악 콘서트는 일반 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이 된다. 최근 용산구청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그룹 ‘엔하이픈’의 팬미팅을 하루 전 취소했으나 같은 기간 해당 공연장에서 열린 뮤지컬 공연은 그대로 진행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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