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그렇다면 어떤 증세론인가 / 최영준

한겨레 2021. 3.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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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기본소득 논쟁

최영준 ㅣ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최한수 경북대 교수님의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을 <한겨레>를 통해 꾸준히 접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글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 여럿 있어서 의견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본소득 자체가 포퓰리즘이 아니라 선거·표 때문에 증세를 두려워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정한 삶을 그대로 두는 것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 교수님의 ‘증세 없는 기본소득, 비전 혹은 환상’이라는 제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그 내용에 대해 몇가지 이견이 있습니다. 첫째, “만성화된 저성장 국면에 대규모 증세는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라는 구절입니다. 그런 사례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많은 경제학자들이 불평등이 저성장의 핵심적 원인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이 잘못 배분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한 투자와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단순히 다른 국가가 대규모 증세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우리가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이유가 너무 단순합니다.

둘째, “90% 이상의 가구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다고 해서 항상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시면서 목적세의 안일함을 비판하십니다. 일본과 독일의 부가세 이야기도 하시고, 조세감면을 축소하기 어려웠던 과거를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증세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요한 이유는 세금이 나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중산층이 부가세가 증가해서 어떻게 혜택이 나에게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세금을 내는 자와 혜택을 받는 자가 명확히 갈려 있다면 더더욱 증세에 반감이 크겠지요. 하지만 목적세로 증세하여 행정비용이나 다른 비용으로 가지 않고 100% 엔(n)분의 1로 나누어 개인들에게 기본소득으로 주어진다면 국민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세감면 폐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카드에 대한 조세감면이 줄어서 나에게 어떠한 혜택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을까요? 불명확합니다. 하지만 조세감면을 없애고 모든 국민들에게 다시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달라질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와 지금까지의 증세는 명확히 다른데 과거의 잣대로 새로운 증세를 판단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조세감면 혜택을 중·저소득자도 상당히(65%, 2019) 받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반대로 상위 10% 정도의 고소득자가 35%를 받아간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역진적이라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셋째, 최 교수님의 가정에는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불신이 강합니다. 경제학자께서 그러하시니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선별적 복지정책에 대해 제가 비판을 할 때마다 경제학자분들께서는 복잡한 인센티브 구조와 정책 논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하면 근로의욕이 올라가고 복지가 향상된다고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논리의 기반은 모든 개인이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합리적이어서 충분히 그러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것이었지요. 저에게는 복잡한 근로장려세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제도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반응한다고 가정하시는데, 아주 단순히만 계산해보아도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상황에서도 중산층은 증세에 반대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참고로 저소득층에 비해 중산층이 복지증세에 반대하신다는 말씀 역시 제 2020년 국민조사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목적세 방식의 증세가 안일하다면 얼마나 더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증세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증세 없는 기본소득’을 반대하시는 것인지, 증세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최 교수님의 증세론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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