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재난지원금의 노점상 차별 / 최인기

한겨레 2021. 3.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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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564만명의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노점상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소득 감소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 근로 빈곤층 80만가구를 대상으로 한시 생계지원금을 5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며,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약 4만개의 노점상에 대해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50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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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기 ㅣ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최근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564만명의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노점상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소득 감소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 근로 빈곤층 80만가구를 대상으로 한시 생계지원금을 5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며,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약 4만개의 노점상에 대해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50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4만명가량의 ‘관리 노점상’이란 ‘점포임대료, 도로점용료’ 등을 내는 노점상을 말하는데 이 숫자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 노점상은 속칭 ‘떴다방’이라 불리는 이동형 노점상, 오일장 노점상, 푸드카 노점상, 전통시장 주변의 노점상 등 장사 형태가 다변화된 상태지만 ‘점포임대료’를 낸다면 이미 노점상으로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가운데 정부에서 주장하는 약 4만명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허가받은 노점상’이란 출처가 불분명하다. 서울시에서 자체 집계한 전체 노점상 숫자는 이미 7천여개로 줄어든 상태다. 전체 노점상 숫자가 이런데 전국적으로 허가받은 노점상 4만명이란 비약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검토안에선 ‘비공식 부문 및 비허가’ 상태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전체 다수의 노점상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물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단서 조항으로 ‘각 지자체가 소득·재산 요건 등을 심사해 50만원씩 지급한다’고 애매하게 지자체 책임을 언급했지만, 이 또한 심사를 통해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 될 수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관리노점상과 미허가노점상’을 분리하는 것은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노점상을 통제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당사자 간의 갈등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노점상 관리대책, 즉 허가를 받아들이면 되지 않나?’라고 되물을 수 있다. 이 대책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시작되었고 그 후 박근혜 정부 시절 푸드카 정책이 나오면서 일부 노점상들이 편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허가와 관리는 통제를 전제로 한다. 우선 장소를 이면도로와 같이 기존의 상권에서 벗어나는 곳으로 이전해야 하거나, 전통적인 노점상 먹거리 품목인 떡볶이와 어묵과 같은 조리 노점상은 현행법상 ‘식품위생법’에 저촉되어 대부분 단속 대상이 된다. 이 밖에도 엄격한 재산조사에 따라 약 2년마다 탈락하고, 마차의 크기와 형태 등 규격 제한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자치단체 정책이다 보니 해당 구에 거주해야 하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 필요한 통제가 있지만, 비현실적이거나 과도한 통제도 있다. 그리고 이 정책이 추진되던 당시 1만8천여개의 노점상은 지금 서울시 집계상 7천여개로 줄어든 형편이다.

노점상은 서민들에게 더없이 친숙한 존재들이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계층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노점상들은 코로나19 재난 시기 대다수가 영업을 중단하였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고 오롯이 인내하며 버텨왔다. 나아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국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위기를 극복고자 함께 노력했다. 그러나 일일이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노점상이 재난 시기 단속과 집행의 대상이 되어 생존권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마저 심각하게 유린당했다.

국가는 재난 시기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생계를 위해 지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한다. 허가받은 노점상이든 비허가 노점상이든 차별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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