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민주공화국에 '상식'과 '공정'은 돌아올까
"시대정신은 공화와 공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정치가 실종되고 국가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시민들에게 나라의 정체성을 일깨워줬던 이 말이 2022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극복되리라 기대했던 진영 간 소모적 대립이 전혀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대 정신으로서 민주공화국의 가치는 새삼 부각 된다는 분석이다. 쉴새없이 터진 '내로남불' 사건들 탓에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살리기, 격차 해소 문제도 차기 정권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우선 나라를 둘로 가르는 진영 갈등은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민주공화국에서 '진보 민주'와 '보수 민주'보다 더 상위의 가치가 바로 '공화' 가치"라며 "민주공화국의 ‘공화’는 공생이고 공존이며 공준(공통의 기준)이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양극단으로 갈라진 것에 신물 내는 사람들이 많아 (대선의 화두가) 중도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등으로 상징되는 공정 논란이 대선 정국의 전면에 부각 될 것이란 예상도 많았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에 출생한 Z세대를 합친 말)의 최대 관심사이자 촛불 혁명 이후 가장 시대적 가치로 떠오른 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 여파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맹수석 충남대 교수는 "LH 직원 등의 신도시 투기행위를 계기로 공정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은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를 달궜던 '내로남불' 논란, 위선 문제와 연결된다. 586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의 비상식적 모습을 비판하는 시각이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다음 대선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심판하는 게 시대정신이다. 최소한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출신의 김경률 회계사도 "내로남불의 청산, 정상사회로의 귀환이 키워드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는 분석도 상당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시대 정신은 무너진 서민이나 자영업자, 또 부동산 등 경제를 어떻게 정상화시키느냐"라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미래에 희망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부동산·저출산 해결이 보다 근본적인 회복의 키워드"라며 "586이 과거에 누렸던 경제적, 사회적 활력을 회복해 젊은 세대가 누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줄 개척자형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올바로 제시하기에는 여야 모두 한계와 문제점이 뚜렷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정당들이 여전히 '적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양당 모두 변화에 역행하는 게 문제"라며 "국민의힘은 아직도 과거로부터 못 벗어나고 있고 민주당은 '신적폐'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재 교수는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와 정권 내부 비리가 합쳐져 결국 국민의힘과 별로 다르지 않는 신기득권에 불과하다는 평가"라며 "국민의힘은 내부 구세력이 자신의 존재감을 고집하면서 결국 옛날과 다르지 않게 되고 바로 그 때문에 존재감이 없어진다"고 했다.
각 정당들로서는 시대정신을 담아낼 주자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야에서 각각 지지율 1등(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인데 이 사람들이 당 밖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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