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 원자력 필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 강화 추세"

이재은 기자 2021. 3.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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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10주년 웨비나…원전 안전 성과 재점검
"세계적으로 중대사고 원천봉쇄하는 원자로 개발"

한국과 일본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을 활용해야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기점으로 불거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원전 재가동 논의를 막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외 원전 전문가들은 원전 업계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는 원자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 정책 수립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키라 야마구치 일본 도쿄대 교수 겸 일본원자력학회 부회장은 8일 한국원자력학회가 개최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년, 현재의 원자력은?’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서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에 원전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2011년 3월 위성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 로이터 연합뉴스

야마구치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경우 에너지 안보 정책과 저(低)탄소 사회로의 전환 관점에서 원전이 가장 유망하다"며 "앞서 스가 총리는 일본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도입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정책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차기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지난 50년간 원자력이 탄소가 없는 전기의 50%를 생산했다"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1년 전인 2010년 무탄소 전력의 73%를 원전으로 공급했지만, 사고 이후 비중이 27%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전력 생산 비중을 높이려면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아키라 야마구치 일본 도쿄대 교수 겸 일본원자력학회 부회장 / 원자력학회 웨비나 영상 캡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2년 일본 정부와 원자력협회 등은 사고 원인과 개선 사항 등을 담은 사고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고, 원자력 규제 기관을 설립했다. 이어 일본 원자력 안전 연구소, 원자력 위험 연구센터, 원자력협회 등을 설립해 원전 안전을 강화했다고 야마구치 교수는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높은 방벽을 쌓아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사고 확률을 낮추고 격납용기에 냉각수 주입을 지속하는 등 안전성 강화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원전 사고 가능성을 낮춘 혁신 원자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원전 안전을 둘러싼 여론이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야마구치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원전업계의 노력에도 일본에서는 아직 국민의 50%만 원전이 필요하다고 보고, 40%만이 원전이 무탄소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등 여론이 좋지 않아 아직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전의 가치가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앞으로 원전 안전 최우선 정책을 통해 인식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메리 루 던직-구가 아이다호주립대 교수 겸 미국원자력학회장

메리 루 던직-구가 아이다호주립대 교수 겸 미국원자력학회장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원전 산업이 직면한 사회·정치적 도전이 기술적 과제보다 크다"며 "원전을 둘러싼 공포 여론 등이 만연해 있어 원전의 장점과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업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관련 규제 확립, 원자력 발전소 운영자 교육 개선, 소통 강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이 스리마일 사고 이후 진통을 겪은 뒤 원전 산업 재개에 성공했듯이 일본도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발생한 원전 사고가 오는 11일 10주년을 맞는다. 이 사고는 일본과 독일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탈(脫)원전 정책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치면서 1~4호기 냉각장치 가동이 중단됐고, 노심용융(멜트다운)과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했다.

이 사고는 원전 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알린 중대 사건으로 꼽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원전의 위험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박문규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2011년 이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4만명이 넘는 반면, 원전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발전소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만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용기가 작아 압력이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한국형 원전 APR1400은 격납용기가 크고 두꺼운 방벽을 치고 있어 강도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글로벌 원전업계는 중대사고를 원천봉쇄하는 원자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원자로가 작아질수록 붕괴열 제거가 용이해지는데, 현재 미국 등에서 개발 중인 소형원전이 원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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