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재해 전승관'에는 "책임도, 교훈도 없었다"

2021. 3.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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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북쪽으로 4㎞ 지점,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에 5,200㎡ 규모의 큰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미 국회 조사 등에서 '인재(人災)'로 판명난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후쿠시마현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컸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작 최근 들어 "후세에 제대로 된 교훈을 전하려면 이 간판을 전시해야 한다"는 현민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전승관 측은 올해 초 간판을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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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동일본대지진 10년] 
후쿠시마 '대지진·원자력재해 전승관' 가보니
재해 교훈 후세에 알리는 취지지만..
전해야 할 원전사고 책임, 위험성 지적은 없어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에 세워진 동일본대지진·원자력재해 전승관 전경. 당시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후쿠시마 후타바=최진주 특파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북쪽으로 4㎞ 지점,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에 5,200㎡ 규모의 큰 건물이 들어서 있다. 53억엔을 투입해 지난해 9월 개관한 건물의 이름은 ‘동일본대지진ㆍ원자력재해 전승관(傳承館)’. 10년 전 3·11 동일본대지진과 원전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42만여점의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재해를 겪은 지역민들이 ‘해설자’로 채용돼 당시 체험이나 교훈을 이야기해주는 시설이다.

지난 5일 기자가 둘러본 전승관은 현대적인 외관부터 대지진의 고통을 후세에 전한다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았다. 후타바 마을은 지진에 무너진 집, 지진 발생 순간에 멈춰 있는 시계 등 폐허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지난해 일부 해제된 곳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방사능 오염이 심해 사람의 통행이 제한된 ‘귀환곤란구역’으로 묶여 있는데다, 오염토를 쌓아 놓은 중간저장시설까지 들어서 있다. 굳이 별도 건물까지 지어 과거 사진을 전시하지 않아도 현재의 마을 자체가 10년 전 참혹했던 당시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승관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진 이유다.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에 세워진 동일본대지진·원자력재해 전승관 1층 전시물. 당시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후쿠시마 후타바=최진주 특파원

전시 내용도 재해의 규모나 원전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겉핥기’ 수준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재해의 원인과 책임을 분석하는 대목이 빈약했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런 지적은 작년 전승관이 개관했을 때부터 제기돼 왔다. 이미 국회 조사 등에서 ‘인재(人災)’로 판명난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후쿠시마현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컸다고 신문은 전했다. 결국 전승관은 이달부터 자료들을 수정해 전시키로 했다.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고 쓴 간판의 행방이야말로 묘연하다. 이 간판은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지역이라 다수의 근로자가 거주했고 경제적으로도 도쿄전력과 뗄래야 뗄 수 없었던 이 마을의 도로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다 원전사고 후 세상에 알려지면서 원전의 어두운 면을 역설적으로 나타내는 상징물이 돼버렸다.

이런 '낯뜨거운 풍자'가 꺼림칙했는지 2015년 간판은 철거됐다. 정작 최근 들어 "후세에 제대로 된 교훈을 전하려면 이 간판을 전시해야 한다"는 현민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전승관 측은 올해 초 간판을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5일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다음달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일본대지진·원자력재해 전승관에 전시된 사진. '원자력이 밝히는 미래의 에너지'라는 간판이 2015년 철거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간판은 원전사고 후 유명해져 원자력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후타바=최진주 특파원

전승관은 지난해 해설자들에게 도쿄전력이나 정부 등에 대해 비판하지 않도록 교육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설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연수 교육 때 ‘도쿄전력의 책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직접 말하지 말고 다른 직원이 대신 대답하도록 했고, 특정 단체를 비판하면 해설자에서 제외될 것이란 경고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설자들은 “우리가 도쿄전력과 정부의 피해자인데 가해자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것은 이상하다”며 불만을 표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후쿠시마 후타바=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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