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막차 탄 한의권 "유럽 못 갔지만, 유럽식 축구 행복해요"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입력 2021. 3. 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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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의권이 지난 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서울 이랜드FC 입단을 기념하는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 이랜드FC 제공


최근 서울 이랜드FC에 입단한 한의권(27)은 훈련장에서 흘리는 땀방울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유럽 진출이 불발된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한의권은 지난해 12월 아일랜드 강호인 던호크FC와 가계약을 맺었으나 취업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서 꿈을 접었다. “악몽과 같은 3개월의 기다림”이라며 지난 겨울을 떠올린 그를 위로한 것은 이랜드에서 처음 접하는 유럽식 축구였다.

지난 6일 이랜드 홈구장인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한의권은 “유럽도, 1부리그도 아닌 2부의 이랜드에서 새로운 축구를 경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의권은 이랜드의 유럽식 축구는 겉이 아닌 속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기업인 이랜드의 청평 켄싱턴리조트 한 구석에 차려진 훈련장은 사실 프로 레벨에선 특별하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정정용 감독이 심어놓은 훈련의 디테일은 유럽이 부럽지 않다.

한의권이 지난 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김천 상무전을 관중석에서 바라보며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다. 황민국 기자


한의권은 “유럽에서 뛰던 선배들에게 귀동냥을 했던 훈련 모습이 이랜드에선 일상”이라며 “훈련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훈련 중에도 잘못된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운동량이 부족한 선수는 실시간으로 수치를 확인해 보강 훈련이 추가된다. 아직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내가 봐도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아 활어와 같은 젊은 패기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훈련 방식이 다르니 남들보다 두 배로 늘린 고강도 훈련도 아직은 즐겁기만 하다. 한의권은 오전에는 팀 훈련과 유산소 프로그램을 병행해 소화하고, 오후에는 나홀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실전에 필요한 근력을 다지고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코칭스태프들이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진행된다. 한의권은 “솔직히 훈련이 끝나면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훈련으로 바뀌는 내 몸을 확인하면 기운이 난다. 아직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새 사람이 된 기분”이라고 웃었다.

한의권은 이제 이랜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돌아가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발이 빠른 그는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골 냄새를 맡는 재주까지 뛰어나 역습을 노리는 이랜드의 팀 컬러와도 어울린다. 더군다나 한의권은 2부리그가 낯설지 않다. 한의권은 경남FC와 대전 시티즌, 아산 무궁화(현 충남 아산)를 거치면서 기량을 꽃피웠다. 특히 아산에선 2019년 전반기만 뛰고도 7골을 쏟아냈던 터. 한의권이 옛 기량을 그대로 풀어낸다면 개막 2연승으로 선두를 내달리는 이랜드에 큰 힘이 된다.

한의권은 “난 이적시장의 미아가 될 뻔 했던 선수”라며 “아무 인연도 없던 날 불러주신 정정용 감독님에게 은혜를 갚으려면 승격에 힘을 보태야 한다. 봄이 오는 4월부터는 내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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