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른 음악 들으면서 세계여행 해볼까요?"

장재진 2021. 3. 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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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중학생 때까지는 일반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호른 연주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중학교 졸업 후 음악중점 학교인 대원여고에 진학했거든요. 막상 입학하니 다른 악기는 이미 전공 티오(TO)가 없는 거예요. 자리가 남은 악기 중에서 고민하다 호른을 골랐죠. 하하."

현재 자가격리 중인 유해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른은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금관ㆍ목관 5중주, 현악앙상블에도 들어가는 팔방미인"이라며 "센 소리부터 부드러운 선율까지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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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라이징스타' 첫 금관 연주자 유해리 18일 리사이틀
유해리는 8년째 연습일지를 기록하며 더 나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유해리는 "금관악기는 입술이 쉽게 부어서 오랜시간 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늘 효율적인 연습법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어릴 때부터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중학생 때까지는 일반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호른 연주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중학교 졸업 후 음악중점 학교인 대원여고에 진학했거든요. 막상 입학하니 다른 악기는 이미 전공 티오(TO)가 없는 거예요. 자리가 남은 악기 중에서 고민하다 호른을 골랐죠. 하하."

"어떻게 호른을 불게 됐나요"라는 질문에 호르니스트 유해리(26)가 당돌하게 답했다. "이렇게 솔직해도 될 지 모르지만"하고 운을 뗀 뒤였다. 현실적인 음악 입문 계기와 별개로 유해리는 비상하고 있다. 2년 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금관 연주자 최초로 입상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부터 독일 베를린의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 유해리가 올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선정한 '라이징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금호라이징스타'는 금호재단이 해마다 클래식 유망주를 국내에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유해리는 올해 17년을 맞은 '라이징스타'의 첫 금관악기 연주자다.

독일에서 지내는 유해리는 18일 서울 신촌동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자신의 리사이틀을 위해 지난달 23입 입국했다. 현재 자가격리 중인 유해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른은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금관ㆍ목관 5중주, 현악앙상블에도 들어가는 팔방미인"이라며 "센 소리부터 부드러운 선율까지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주제도 의미 있다. 유해리는 "코로나19로 여행이 쉽지 않다"면서 "다양한 국가의 작곡가들 작품을 연주함으로써 관객에게 마치 해외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이름은 그래서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은 각양각색 작곡가들이 쓴 호른 곡으로 꾸려졌다. 로시니(이탈리아), 모차르트(오스트리아), 보리스 이바노비치 아니시모프(러시아), 다니엘 슈나이더(스위스), 프란츠 슈트라우스(독일), 야네 비흐너리(벨기에)의 곡들이다. 같은 작곡가의 곡이 하나도 없다.

이 가운데 유해리는 슈나이더의 '호른 독주를 위한 작은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작은 세상'은 곤충들의 세상을 말한다. 유해리는 "모기가 날아다니고, 코끼리가 파리를 잡는 듯한 위트가 담긴 재즈풍 음악"이라며 "한국에서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흐너리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유해리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때 연주를 계기로 친밀감이 높은 곡이다. 유해리는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작품인데, 다양한 색깔 변화로 전쟁을 풍자하고 있다"고 했다.

독주도 좋지만 유해리는 "목관5중주 연주를 할 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작년 활동을 시작한 '퍼시픽 윈드 퀸텟'이라는 목관5중주팀의 일원으로 활약 중이다. 팀과 2019년 카를 닐센 실내악 콩쿠르에 참여해 준우승을 거뒀다. 유해리는 "조만간 팀 차원에서 앨범도 낼 계획"이라고 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여느 음악인처럼 유해리의 꿈이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참가 때 바카롤라(뱃노래) 곡의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중년의 여성 러시아 관객이 제게 와서 서툰 영어로 '감동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지금까지 각인돼 있는 기억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연주를 하고 싶어요."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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