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험에 장례서비스까지..6조 '펫코노미' 열린다

류난영 2021. 3. 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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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1인가구 증가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성장
반려동물 가구 600만..전체 26%
월평균 지출 13만3000원·35%가 10만~20만원 써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반려동물 박람회 '케이펫페어 서울 2020'이 열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관람객들이 애견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06.28.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맞벌이 부부 정모(39)씨는 지난해 9월 아내와 상의 끝에 아이 대신 포메라니안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 아이 없이 반려동물만 키우는 '딩펫(딩크족과 pet)족' 대열에 합류했다. 정씨는 반습식 사료, 관절과 눈물에 좋다는 영양제와 간식, 미용 등 한달에 강아지에 평균 30만~40만원 정도 쓴다. 또 강아지가 아플때를 대비해 매달 꼬박 50만원씩 적금도 따로 들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는 강아지를 위해 유치원도 알아보고 있다. 정씨는 "소형견은 슬개골 탈구가 쉽게 일어난다고 해 관절에 좋다는 영양제를 먹이고 있다"며 "키우는 비용이 적게 드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가 주는 기쁨에 비하면 이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1~2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등 관련 산업이 급성장 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펫코노미(pet+Economy),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Pet+Family)족, 결혼 후 아이 대신 펫을 키우는 딩펫족 등 반려동물에 관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8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0만8580 가구로 추정된다. 인구로는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구의 26.4%로 4가구 중 1가구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2010년 17.4% 였던 반려 가구 수는 2015년 21.8%로 20%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반려동물 기준으로는 반려견은 598만4903마리, 반려묘는 257만9186마리다.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 조사 결과 월평균 반려동물에 지출하는 비용은 13만3000원이다. 10만원 미만이 전체의 48%로 가장 많았지만 10~20만원이 35%나 됐다. 20만~30만원과 30만~40만원을 쓴다는 비율도 각각 7% 였다. 40만원 이상도 3%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급성장 하고 있다. 과거 개 껌, 건사료 등 식품에만 국한돼 있었던 펫산업은 다변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미용실은 나온지 이미 오래고, 수영장까지 딸린 럭셔리 호텔, 반려동물 실손보험, 반려동물 전용 사진관, 장례 서비스, 침 치료를 하는 한방 동물병원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 용품도 전용 샴푸와 발 크림, 펫 드라이룸, 간식 로봇, 유모차, 카시트 등에 이르기까지 없는게 없다고 할 정도다. 사람이 쓰는 용품보다 비싼 경우가 많지만 기꺼이 구입하는 펫팸족들이 많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대부분 낮 기온이 30도 이상 웃돌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22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도로에서 한 시민이 더위에 지친 강아지에게 손수건으로 햇볕을 가려주고 있다. 2020.06.22. jc4321@newsis.com

과거 건식 사료에만 국한됐던 펫푸드도 삼계탕, 카레, 아이스크림, 케이크까지 등장하는 등 메뉴가 다양해 지고 있다. 건식 사료도 과거에는 동물 사체 등 질 낮은 단백질을 갈아 혼합해 만든 '값싼 사료'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엔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하고 지출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행태가 나타나면서 사람이 먹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고급원료를 사용한 제품들이 늘었다. 눈물 등 반려동물의 알러지를 예방해 주는 처방사료도 등장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규모는 지난해 7억5318만 달러로 2023년 18.3% 증가한 8억907만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사료 수입액은 2억7073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다.

반려동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천차만별인 진료비는 펫팸족들에게 골칫거리 중 하나다. 동물진료에는 상병코드가 없다보니 진료비가 표준화 돼 있지 않아 동일 진료 항목이라도 지역별, 병원별 진료비 격차도 크다.

이에 따른 펫보험산업도 성장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10개사다. 보험사들은 반려동물이 병원에 갈때 실제 의료비를 보장해 주고 돌발행동으로 생기는 금전적 피해도 보장해 주고 있다.

펫보험은 보험료가 3만~9만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고 피부병이나 슬개골 탈구 같은 애완견이 쉽게 걸리는 질병은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직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2% 수준에 그치고 있다.

6개월 된 애완견을 키우는 이모(38)씨는 "치료비 부담 때문에 동물보험을 알아봤지만 피부병이나 슬개골탈구 같은 흔히 앓는 질환조차 추가로 가입해야 하거나 보장이 안된다고 해 차라리 적금을 들어 필요할 때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보험 비용도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문화가 우리보다 발달해 있는 선진국에서 펫보험 가입률이 두자릿수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지난해 3조3753억원에서 2027년 6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외로움 등을 반려동물과의 유대를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등의 영향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제력과 소비 수준이 높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보다는 반려동물의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는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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