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케어에도 치솟은 실손보험료..올해 인상률 최대 24%

조귀동 기자 2021. 3. 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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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가 올해 대거 인상됐다. 보험사 사정에 따라 상이한데, 손해보험사 상품의 경우 10.4~23.9%에 달한다. 생명보험사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회사들은 8.0~18.5% 인상했다.

/조선일보DB

이같이 실손보험료가 대폭 오른 것은 의료비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료 청구 금액이 상품 설계 당시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부를 정도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실제 비급여 항목 지출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고용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각 보험사 실손보험료 인상률> 집계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보험사가 올해 실손보험료를 10% 이상 올렸다.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1세대 상품을 구(舊) 실손보험, 2009년 말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한 2세대 상품을 표준화 실손보험,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판매되는 상품을 신(新) 실손보험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구 실손보험과 표준화 실손보험의 인상률이 모두 높았다.

그래픽=김란희

손해보험사의 경우 구 실손보험 인상률은 한화손해보험을 제외하면 11.7~21.2%에 달했다. 11.7%인 MG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모두 15% 이상이었다.

표준화 실손보험은 한화손보를 제외하면 10.4~23.9%에 달했다. 한화손보의 경우 지난해 경영개선협약을 맺으면서 실손보험료를 각각 50% 이상 올렸었다. 한화손보의 보험료 인상률이 구 실손보험은 6.8%, 표준화 실손보험은 8.2%지만 2020년 인상폭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인상 금액은 다른 회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면서 구 실손보험은 21.2%, 표준화 실손보험은 23.9% 각각 요금을 올렸다.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면 보험료 인상 상한인 연 25%를 넘길 수 있지만, 상한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만 올린 셈이다.

그래픽=김다희 디자이너

생명보험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 실손보험에 대해 삼성생명은 18.5%, 교보생명은 17.1% 각각 보험료를 인상했다. 3대 생보사 중 한화생명만 인상률이 8.0%였다. 표준화 실손보험은 삼성생명은 12.0%, 한화생명은 11.1%, 교보생명은 9.8% 보험료를 올렸다.

2017년 4월 이후 팔린 신 실손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보험료를 동결했다.

표준화 실손보험료는 지난해와 2019년 각각 9%대와 8%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2018년엔 동결됐지만, 2017년엔 최대 20%까지 인상된 보험사도 있다. 특히 구 실손보험은 2018년을 제외하고 2017년과 2019년 각각 10%씩 인상됐고, 작년에는 평균 9.9%가 올랐다. 지난 5년간 구 실손보험의 누적 인상률은 53~58%에 달한다.

그래픽=김란희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대폭 올린 이유는, 가입자들의 비급여 항목 지출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구 실손보험과 표준화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각각 142%와 132%다. 위험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인 위험보험료(분모)로 실제 고객 대상 지급액인 지급 보험금(분자)을 나눈 값이다. 보험 상품의 채산성을 가리키는 지표인데, 100%를 넘기면 보험사 입장에서 그만큼 적자를 본다는 얘기다. 다만 각각 분모와 분자에 보험사의 상품 운영비인 부가 보험료와 사업비 등이 포함시켜야 회사 차원의 손해율을 볼 수 있다.

구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거의 의료비 부담을 지지 않으며, 표준화 실손보험은 10% 안팎만 부담한다. 따라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출에 거리낌이 없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최근 실손의료보험 청구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실손보험으로 청구된 비급여 진료는 1조1500억원 규모로 2017년 상반기(6400억원) 대비 79.7% 늘어났다.

그래픽=김란희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한 비급여 항목의 건강보험 급여화도 실손보험의 채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로 인한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 효과는 2.4%에 불과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급여화가 진행된 항목은 단계적으로 증가율이 둔화하거나 줄어들었지만, 치료 재료대·처치 및 수술료·주사료·재활 및 물리치료료 등 비급여 항목은 여전히 증가세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에도 구 실손보험 등의 보험료는 가파르게 인상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특히 심한 구실손보험은 각 사가 금융당국의 '마지노선' 20%에 최대한 근접하게 보험료를 올리려고 '눈치작전'을 벌였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관리대책이 없다면 내년에도 갱신 보험료 '폭탄' 논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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