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46일 만에 방위비 타결..'대중압박' 청구서 우려
"방위비 조속 타결 '낭보'..대북정책 조율과는 별개"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미가 표류하던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합의점에 도달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호 한미동맹'이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위비 협상과 무관한 한미 간 협의 의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대(對)중국 견제 전선 구축과 대북정책 조율 등을 두고서다.
◇美 '반중전선' 구축 속…韓 참여 요구 가능성
외교부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간 회의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며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대외 발표와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외교 당국 모두 세부 내용은 알리지 않고 있지만 현재 '13% 인상·6년 계약'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동맹복원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스스로 증명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1년4개월 접점을 못 찾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단 46일만에 성과를 이뤘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순조로운 첫 스타트를 끊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한미 간 '조율' 작업이 있어야 하는 사안은 산적해 있다.
먼저 미중의 패권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점은 한미 간 주요 논의 사항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에도 잠정 국가안보전략'(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명명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천명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Δ불법적 무역 관행 Δ사이버 절도 Δ강압적 경제 관행 등에 "맞설 것"이라며 홍콩, 신장,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민주주의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에서 '반중전선' 구축에 대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태평양판 나토'라 불리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안보협의체)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그간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지만 민주주의와 다자주의, 동맹 강화, 인권 등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억지를 위한 '중거리 미사일망' 구축 움직임이 감지되는 부분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주목해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일 미국이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열도선'에 대중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대한 참여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시하는 만큼, 신속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된 미국의 '청구서'는 오는 15~17일 일본 방문 후 한국을 찾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국 측에 제시할 수 있다는 외교가의 관측도 존재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합의를 이룬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을 중시하고 갈취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변화 때문"이라며 "단 남은 주요 사안인 쿼드, 인권문제, 대북정책 조율, 한일관계 개선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동맹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선회'한다면 (한미동맹이) 더욱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대의 결과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속한 방위비 타결은 '낭보'…대북정책 조율과는 별개"
이와 함께 대북제재 완화와 신속한 북미대화 재개 등 대북사안을 두고 '이견'을 표출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이번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만든 모멘텀을 대북정책 조율 과정에서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특성상,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와의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과정에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중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중국과 이란 사안 등 때문에 검토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잠정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 보다는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는 북한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빠른 시일 내 한미 방위비 협상이 마무리 됐다는 것은 동맹복원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방위비 협상 사례를 나머지 대북정책 조율 등과 연계해서 볼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생각보다 미국이 대북정책 리뷰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지났다. 일부에서는 이란 정책 리뷰가 4월, 중국은 6월까지 끝낸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면 대북리뷰는 6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조속한 북미 대화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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