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수스 그림책, 판매중지에도 계속되는 논란

김지현 2021. 3. 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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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 묘사’ 책 6권 판매 중단 결정

“유색인종 희화화..아이들에게 상처 주면 안돼”

“시대착오적 결정..교육적 가치 높아”

3월2일 생일..기념행사 이어져 


3월 2일은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캣 인더 햇(Cat in the Hat)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동문학 작가, 닥터 수스 (필명: Dr. Seuss, 본명: Theodor Seuss Geisel)의 생일이다. 


미국에서는 1998년부터 전국 책읽기의 날(National Read Across America Day)로 지정해 독서를 장려해 왔다. 3월 첫 주 혹은 길게는 3월 한 달간 각 학교나 도서관마다 그의 책을 주제로 한 행사들이 이어졌다. 팬데믹 이전에는 몇몇 학교나 공연단체에서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인 Seussical 공연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닥터 수스의 117번째 생일이자 23번째 맞는 독서 장려일인 올해의 3월 2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날,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에서는 유색인종 비하와 백인 우월주의 사상으로 논란이 된 책 6권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을 둘러싸고 “현 시대에 맞는 결정이다. 평등한 사회를 위한 훌륭한 걸음이다”, 또는 “그 책들이 쓰인 때가 1950년 전후였기 때문에 지금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다”는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학교들이 닥터 수스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칼럼을 Atlanta Jounal-Constitution에 게재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사 Charis Granger-Mbugua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닥터 수스 책들의 교육 가치는 인정하지만 내 아이나 다른 흑인 아이들이 책에서 자신들이 희화화되는 것을 보면서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교에는 닥터 수스 대신 비치할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한 책들이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동양계 미국인인 아이디 chreeschtien 사용자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가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인정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은 훌륭한 일이며 앞으로 더 나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자신이 아프리카·히스패닉계 혼혈이라 밝힌 아이디 shes_jimmy47 사용자는 “닥터 수스의 많은 책을 보고 자라왔지만 작가의 특성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 동물들로 표현하는 것들이 많기에 상처를 받은 적이 없다. 보기 나름이다”며 반박했다. 


아이디 barbie_addict 사용자도 “자신은 일본계 미국인”이라며 “오히려 이같은 움직임이 미국사회에 동양인에 대해 시끄러운 사람들, 문제일으키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주어 동양인 비하를 정당화 시키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수스는 제 2차 세계대전 때에 Anti-Japanese를 드러내는 카툰을 그린 적이 있다. 


◆3월 첫 주의 이벤트 예시 필자 자녀 학교의 가정통신문


이 같은 논란에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꾸준히 닥터 수스 주간(Dr. Seuss Week)인 3월 첫째 주에 있었던 이벤트 사진들이 게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3월 첫째 주에는 학교마다 요일별로 닥터 수스의 책을 모티브로 한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를 해 왔다. ‘My Many Colored Days’라는 책을 기억하며 다양한 색깔의 옷이나 가장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고 아이들이 등교 한다. 또, ‘Green Eggs and Ham’의 책 제목을 따라 초록색 옷 입기, 또는 초록색으로 염색한 계란과 햄 요리를 먹기, ‘Fox in the Socks’를 기억하며 짝짝이 양말이나 우스운 모양의 양말 신기 등의 이벤트가 벌어졌다. 


닥터 수스의 작품은 라임(Rhyme: 반복되는 후렴구)을 비롯한 다양한 은유, 비유 등으로 언어유희의 최고봉으로 평가돼 왔다. 내용 또한 익살스러우면서도 지혜를 담고 있어 아이들 교육용으로 권장되고, 학부모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사랑받아 왔다. 


그의 다른 작품들은 여전히 문학적, 교육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학부모나 선생님들은 꾸준히 공식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활동지를 무료로 다운받거나 게임 등을 활용하고 있다. 논란의 6권도 공식적인 판매 중단만 할 뿐,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책 소장이 금지되지는 않을 예정이고 각 기관이 재량껏 결정할 수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그의 책과 함께 자랐고, 자신의 자녀에게 책을 물려주고, 같이 읽는 일이 미국 가정에서는 흔히 있어 왔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판매 중지를 할 것이 아니라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가르치며 다른 교육의 기회로 삼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높다. 


◆닥터 수스 기념관 ©The Amazing World of Dr. Seuss 

 

◆젓가락, 뾰족한 모자, 작고 찢어진 눈 (chopsticks, a pointed hat, and slanted slit eyes) 묘사로 논란이 되었던 벽화

©Dave Roback 의 New England Public Media

 

 닥터 수스가 태어난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스프링필드 박물관 (Springfield Museums) 산하 닥터 수스 기념관 (The Amazing World of Dr. Seuss)은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국 전역에서 꾸준히 방문하는 곳이다. 


앞서 2017년,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 책 중 일부 그림에 대해  동양인 비하 논란이 일자 해당 벽화를 다른 그림으로 대체한 바 있다.  


이 박물관은 올해 팬데믹의 영향으로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각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지나 만들기 등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온라인으로 작가와의 만남 등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 = 김지현 글로벌 리포터 (pianist2833@gmail.com)


■ 필자 소개

프리랜서 음악감독, 연주자

Seymour School District 음악 코칭 스태프

Quinnipiac University 반주 및 뮤지컬 음악감독

Eastern Connecticut Symphony Chorus 상임 반주자

그리니치 한인교회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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