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학부모가 쏘아올린 한국문화 수업

임재환 2021. 3. 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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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통합 교육구 (LAUSD)의 네 개 고등학교(존 마샬, 페어팩스, 할리우드, 노스 할리우드)에서는 방과 후 한국문화 수업, 'K-LACER X!’가 지난 2020년 9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 수업은 존 마샬 고등학교의 학부모 마이크 스티어 씨가 처음 제안을 했다. 그는 작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이다. LA 한국교육원과 데이비드 류 전 LA시 의원 등의 지원으로 이 수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필자는 스티어 씨를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어떠한 배경을 가진 학생이라도 실질적으로 한국 문화를 접하고 동기를 얻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Q1. 기존 한국문화원, 교내 정규 수업, 한인기관의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가?

‘K-LACER X!’는 코리아의 ‘K,’ LA 기반 방과 후 수업 단체 ‘LACER’ 그리고 교외 활동 extracurricular의 ‘x’를 따온 프로그램명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들 중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서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줌을 이용한 수업인 만큼 미국 동부, 서부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국제적으로 한국 문화 전문가들을 초대해 매주 다른 주제로 강연하고 학생들과 토론한다. 한국 대학생활, 한국어, 케이팝, 한국전쟁, 위안부 이슈 등을 다뤘다. LA타임스 빅토리아 킴 서울 특파원과 연결해 한국의 사회 정치적 사안을 이야기하며 학생들이 저널리즘과 한국의 사회적 이슈를 질문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보통 한인기관에서 운영하는 한국문화 수업과 달리 참여 강연자가 학생들과 대화 나누며 수업을 진행하는 점이 K-LACER X! 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강연자들의 각각 다른 특징과 성격도 그들이 학생들과 소통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되었다. 말하는 강연자와 듣는 학생들의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의 관계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경계가 없는 온라인 미팅을 통해 한국 문화의 면모를 선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Koreangry로 활동하는 정은수 작가의 K-LACER X! 로고 ©Eunsoo Jeong


Q2. 수많은 문화들 중 한국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한반도 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LA지역이라고 알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몇 블록만 걸어가면 한인타운이 있고 맛있는 한식당이 즐비하다. 또한 남가주에는 웹툰, 영화, 방송과 같은 분야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작년 초 영화 <기생충>이 LA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했고, BTS의 인기가 치솟으며 ‘한국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확신했다.

딸 아이가 다니던 존 마샬 고등학교에 한국문화 수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교내 한국어 또는 한국문화 수업이 없었다. 교내에 한국어 수업이 설립되기 전 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파일럿’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자고 학교 측에 제안했다. 아직도 교내 한국어 수업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지원으로 교육구 내 다른 학교와 달리 존 마샬 고등학교에는 정규 한국어 수업이 생기지 않아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Q3. LA 또는 미주 지역에서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의미는?

LA 통합 교육구 내 학교에는 한국 이민자 자녀들이 많이 공부한다. 넷플릭스와 아마존만 보더라도 한국문화와 관련된 콘텐츠가 넘쳐난다. 온라인에서 쉽게 전달되는 한국문화와 더불어 교육의 장에서도 한국문화를 접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 한식 등만 보아도 아시아 국가들 중에선 한국이 단연 문화의 다양성을 이끌고 있다. 한인 학생들 뿐 아니라 비한인 학생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문화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을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인종, 다문화의 미국 사회에서 한국문화가 선례가 되어 사회문화적 담론을 펼치는데 큰 의미가 있다.

Q4.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한인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가족 역사가 한국과 연관되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살던 당시를 기억하지 못 하거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학생들도 대다수다. 부모와 조부모가 구두로 전해준 한국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의 민족성을 질문한다.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글학교를 다니거나 한인 교회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곤 하는데 ‘K-LACER X!’는 전통문화 외에 학생들이 자신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제시한다. 교내 정규 수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가,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활동가 등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한국 사회, 정치, 역사를 토론할 수 있다. 이 점이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 같다.

한국문화 교육이 전통적 문화와 역사에만 국한된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나는 이 형식을 바꾸고자 했다. 한국에 대해 관심은 있는 비한인 학생들은 한 가지 주제로만 배우는 한국문화가 아닌 매주 다른 주제로 한국을 접하고 싶어 한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와 한식은 직접 듣고, 보고, 먹으며 경험하면 되지만 그것의 역사와 생생한 현장 스토리 등은 미국 현지 고등학생으로선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떤 배경을 가진 고등학생이든 강연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접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동기부여가 가득한 플랫폼이다. 점수를 위한 수업이 아닌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으로서 바쁜 학교생활 중에 학생들이 자아를 탐구하고 꿈을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

Q5.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은?


현재는 LA 통합 교육구의 네 개 고등학교 학생들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K-LACER X!’가 다른 이름 이어도 괜찮으니 캘리포니아, 미주 전역 또는 다른 국가의 더 많은 고등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는 한국문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본 프로그램과 같은 교육 플랫폼의 장점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강연자와 학생들이 세계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한 명의 선생님이 아닌 매주 다른 강연자가 진행하는 수업은 한국 문화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강연자의 교통비, 숙소, 식비, 스케줄 등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와 달리 온라인 한국문화 수업의 경우 게스트가 어디에 있든 모닝커피를 마시며, 출근 전 또는 퇴근 후 한 시간 정도 할애하면 된다. 학생들의 학년과 관심도에 따라 한국문화가 다른 주제와 심도로 소개될 수도 있으며 소규모 또는 대규모로 학생들의 참여 정도를 달리 계획할 수 있다. 이 장점들을 살려 본 프로그램과 세계의 크고 작은 한국문화 수업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과 아이디어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다양하게 발전하길 바란다.

Q6. 한국문화 교육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본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다양한 교육기관과 단체들을 통해 지원을 받고 전문적 프로듀서를 고용해 프로그램을 시스템화하는데 힘을 쏟고자 한다. LA 외 다른 지역의 교육구와 협업하거나 대한민국 교육부와 같은 국가 부처에 한국문화 교육 국제화에 대해 제안해 볼 생각이다.

‘K-LACER X!’에서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신문방송학부 이혜진 교수를 초청해 케이팝 시장에 대해 잠시 들을 수 있었다. 매체에서 접하는 연예인과 작가, PD와 같은 방송종사자들을 초대해 그들이 어떻게 연예인이 되었는지, 무대 뒤에서는 어떤 고충이 있는지, 방송을 위한 결정은 어떻게 내리는지 등 현장 목소리가 자세히 공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주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주제와 방향이든 앞으로도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이 바라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국문화 수업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미국 = 임재환 글로벌 리포터 jaehwanlimstudio@gmail.com

■ 필자 소개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및 청년 기자

현 Los Angeles Contemporary Archive(LACA) 자문위원

UCLA 다학제적 예술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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