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박원순 피해자에 사과"..오·안 "민주당 반성 부족"

[2021 4·7 보궐선거]보선 출마자들 '세계 여성의 날' 메시지

국민의당 안철수(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꺼낸 첫 메시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였다. 야권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 피해자 등을 거론한 뒤 민주당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꼬집으며 ‘심판’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여성 정책을 공개하기에 앞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피해 여성께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사과를 제가 대표로 대신 드린다”며 “피해자분께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피해자를 향해 “우리 사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시점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직장에서 성폭력을 겪는 여성들이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제가 그간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라며 “상처를 감추기보다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직장 내 2차 가해가 생기지 않도록 직장 문화를 바꾸고, 성폭력 관련한 부분을 전담하는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약속했다. 박 후보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족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를 정책 대상으로 설정하고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 지원 정책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경단녀’가 사라진다”며 △가족 돌봄 노동자 차별금지 가이드라인 △남성의 돌봄 참여 지원 프로그램 도입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야권 후보들도 여성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오전 국회에서 ‘여성을 위한 국민의힘 다짐’ 선언식에 참석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언택트 보육지원 등을 통해 여성들이 경력단절과 보육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튼튼한 디딤돌을 놓겠다”고 공약했다. 오 후보는 “(서울·부산) 두 지역의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치러지게 됐음에도 민주당 후보들의 절절한 진심 담긴 반성의 목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여성의날 기념식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다면 (박영선 후보는)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 출마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날을 세웠다.

부산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여성 부시장제를 적극 추진해 여성 대표성이 더욱 향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