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어린이집 등장..사라지는 종이 시험

정수지 2021. 3. 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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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교육현장의 디지털화


먼 미래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디지털 기술로 극복하며 그야말로 전 세계 교육 현장에 유례없는 가상 교육 시대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누구나 혼란스러웠던 비대면 교육도 서서히 일상화되면서 현재 온라인 교육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이제 ‘교육의 디지털화’는 미래의 과제가 아닌 오늘날 기회로 삼아야 하는 ‘교육의 전환점’이라 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도 이미 교육 현장 곳곳에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그중에는 다소 전환이 어려워 보이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어린이집과 시험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스웨덴인 엄마 ©imagebank.sweden.se


유아 온라인 수업, 디지털 어린이집의 등장  


스웨덴에서는 0-6세 유아들을 위한 무료 교육 시설이 있다. 외프나 푈스콜란(Öppna förskolan) 은 스웨덴어로 ‘오픈 어린이집’을 의미하는데 말 그대로 모두에게 문이 열려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 유치원, 어린이집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스웨덴 전국의 지자체, 공공 도서관, 교회 등에서 운영하는 유아교육기관이다. 아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부모와 자녀가 함께 활동을 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스웨덴에선 480일의 부부 육아휴직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기간에는 아이를 일반 보육기관에 맡길 수 없고 전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 휴직 중인 부모 뿐만 아니라 평일에 휴무, 휴가 중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라떼 파파는 늘 한 손에 커피 들고서 유모차 밀며 여유 넘치는 하루를 보낼까? 아니다. 그들도 기댈 곳이 필요한 독박육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찾는 장소가 바로 오픈 어린이집이다. 

예테보리(Göteborg)에 있는 드라켄 (Draken) 오픈 어린이집이 디지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Göteborg stad 


오픈 어린이집은 자녀에게는 친구를, 부모는 육아 동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입양된 자녀가 있는 가족, 미성년 부부, 동성 가족, 싱글 아빠, 엄마를 위한 특별 모임에 중점을 둔 오픈 어린이집은 그들의 커뮤니티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원 제한이 생기고 급기야 전국의 오픈 어린이집이 폐쇄되자,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수업의 디지털 전환이었다. 기존 어린이집은 보호자가 아이를 기관에 맡기기 때문에 원격수업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오픈 어린이집은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가 있어 디지털 참여가 가능하다.  


디지털 오픈 어린이집은 기관마다 프로그램에 차이는 있지만, 현장보다 더 쉽게 참여가 가능하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참여 방법은 각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고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 구글 클래스룸 등)을 통해 접속하면 된다. 물론 비용은 무료이다. 


나이대에 따라서 수업 세션에 차이를 두는데 보통 6개월에서 2세까지는 아기 마사지, 노래와 율동 그리고 3세부터 6세까지는 신체 활동, 공예, 그림 그리기, 인형극 등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부모들은 디지털 티타임을 통해 육아 수다를 나누고 심리상담사, 영양사를 통해 아이의 신체 발달, 음식, 수면 상태와 같은 육아 조언도 구할 수도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종이 시험


스웨덴 국가교육청(Skolverket)은 디지털 방식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시스템 Digitaliseringen av de nationella proven (이하 DNP)을 2023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나쇼넬라 푸르브(Nationella prov)는 국가 교육청 주관으로 치러지는 일반 중, 고등학교 및 성인 중, 고등 교육 과정에서 치러지는 시험이다. 내신에 반영되는 평가라서 스웨덴 학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 꼽힌다. 이는 전국의 수천 개의 중, 고등학교를 비롯한 지방 자지 단체의 성인 교육이 포함된 대대적인 교육 환경의 디지털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교육 시스템 전환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DNP는 스웨덴 교육청이 2017년부터 준비해 온 교육 사업이다. 스웨덴 교육청은 채점의 동등성과 객관성 높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 시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행위를 막고 동등성과 객관성 높여 


DNP는 교육 환경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현재 시행되는 아날로그 시험은 각 학교에서 직접 채점을 하는데 이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다. 학생들의 이름은 시험지에서 확인할 수 없으나 체감상 어떤 학생인지 필체나 말투에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 선생님이 두 명인 학교는 시험지를 교환하여 채점할 수 있지만 한 명인 학교는 지도 교사가 직접 채점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학교 규모와 여건에 따라서 평가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성적도 공정하게 비교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DNP로 전환하게 되면 모든 시험 과정이 자동화되어 아날로그 시험 보다 채점이 훨씬 더 편해지고 공정해진다. 이에 교사들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시험 관련 일(관리, 채점, 보고)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에세이 같은 논술형 시험 문제는 담당 교사가 아닌 학생을 전혀 모르는 다른 교사가 평가를 하게 되고 수험자는 완전히 익명화 되기에 채점시 일어날 수 있는 차별도 더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종이를 사용하지 않아 비용 절감 및 자원 보호를 할 수 있고 보다 효율적으로 시험 문제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도 디지털 시험의 장점이다.

 


컴퓨터를 활용 중인 스웨덴의 초등학생 ©imagebank.sweden.se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 시험의 디지털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예테보리(Göteborg)에 위치한 350년 역사의 빗펠스카(Hvitfeldtska)고등학교 교장 피터 팍 라르손(Peter Park Larsson) 씨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국립 교육청이 디지털 국가시험을 구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가 없기 때문에 아직 디지털 시험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말했다.


반면 “기존 아날로그 시험에서는 시험지 유출, 부정행위에 대한 보안 수준이 높지 않았지만 디지털로 전환된다면 그 기회를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또한 교사가 자체 채점을 하며 공정한 평가가 어려웠던 시험이 중앙에서 관리되어 더욱 객관적이고 올바르게 평가가 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베스텔비크(Västervik)의 엘렌 키스콜란(Ellen Keyskolan) 중학교 교사인 에리카 발린(Erika Wallin)도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고 모든 학생들이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치고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손글씨를 사용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은 디지털 전환의 아쉬운 점이라 여겼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이 디지털 시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험 교육 과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디지털 국가시험을 위해 필요한 환경은? 


이점을 생각하면 당연히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맞다. 하지만 몇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을 바꾸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실제로 디지털화 실현을 위해 고려되어야 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동시에 영화를 스트리밍 할 수 있을 만큼의 인터넷망이 구축 가능한가? 학교는 최신 웹 브라우저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혹은 태블릿이 구비되어 있는가? 학생들과 교사는 디지털 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체크해야 할 사항은 너무나 많다. 


특히 디지털 방식으로 테스트를 수행하려면 학교에 적절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테스트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연결하고 학생들이 기술적인 중단이나 문제가 없도록 테스트를 완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스웨덴에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스웨덴은 유럽의 IT 강국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전역에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이른바 1-1 (일대일) 학교로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노트북, 태플릿 PC를 자유롭게 빌릴 수 있다. 학교는 DNP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 피터 교장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 디지털 기기를 빌리는 것은 스웨덴 학교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라고 답했다. 디지털 국가시험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전제조건은 사실상 준비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화된 시험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종이를 읽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통해 읽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이 전혀 달라진다. 학생들은 시험이 본격화되기 전에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배움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스웨덴 교육 현장에서 강조된 바 있다. 특히 학습 장애 학생들이 (ADHD/ ADD 등) 디지털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세심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스웨덴 교육청은 디지털 도구 사용, 자동화 질문, 디지털 텍스트 등의 이해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 자료를 추후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데모 테스트를 통해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무엇보다 디지털 환경에 학생과 선생님 모두 다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시험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2년 안에 모든 시험이 디지털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SFI: Svenska för invandrare)는 DNP에서 제외된다. 수학 과목 같은 경우에도 컴퓨터 화면으로 문제를 푸는데 익숙해지기까지 타 과목에 비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당장 변경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입 시험인 호그스콜레프루브(Högskoleprov)는 디지털 체계 구축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밝혔다.


스웨덴 국가 교육청의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화 된 시험은 2023년에 첫 시행된다. 일부 과목 및 학년을 대상으로 28개의 시험을 2023년부터 디지털로 치르게 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2년, 스웨덴이 어떻게 이 대대적인 교육 사업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스웨덴 예테보리 = 정수지 글로벌 리포터 suji.jung@me.com


■ 필자 소개

작가/문화칼럼니스트

현 예테보리 세종학당 교원

저서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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