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박지수 1인 농구'
[스포츠경향]
박지수 같은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팀으로서 큰 ‘축복’이다. 키(196㎝)만 큰 게 아니라 리바운드와 슛은 물론 경기의 흐름을 읽고 플레이하는 타고난 농구 센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올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KB스타즈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힐 수 있는 것도 바로 박지수의 존재감 덕분이다. 정규리그 우승은 비록 우리은행에 내줬지만 박지수는 전 경기 ‘더블더블’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역시 그가 왜 국내 최고의 선수인지를 여실히 증명한 한판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박지수가 버틴 KB가 우세할 것이란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오히려 박지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탓에 KB가 경기를 그르친 결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박지수 공략’의 해법을 찾으면서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KB로선 ‘박지수 중심의 농구’가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셈이다.
KB의 공격 전술은 삼성생명에 완전히 간파당했다. 박지수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의 더블팀 수비가 들어오면 공을 외곽으로 빼줘 찬스를 만드는 게 KB의 기본 패턴. 하지만 삼성생명은 1차전에서 더블팀 대신 김한별이 박지수를 상대로 버텨주고 배혜윤이 외곽 커버를 들어가는 작전으로 KB의 공격루트를 봉쇄했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외곽에서 펼치는 스위치 수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 게 주효했다. 김민정과 최희진 등 다른 선수들이 공을 잡았을 때 슛을 주저하거나, 공간을 찾아 기회를 엿보는 대신 제자리에 서서 박지수에게 공격을 미루는 장면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KB의 수비는 앞에서 뚫려도 박지수가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며 상대 공격을 막아줬지만 챔프전 1차전에선 오히려 이런 패턴이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박지수가 막아주겠지’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제대로 수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흐르는 볼을 악착같이 따낸다든지, 많이 움직이며 상대의 패스를 차단해줘야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수비 에너지마저 삼성생명에 완전히 밀렸다. 너무 쉽게 뚫리다보니 박지수의 체력 부담은 가중됐고, 4쿼터에는 단 한 개의 리바운드를 잡지도 못했다. 삼성생명이 이를 역이용해 박지수를 앞으로 끌어낸 뒤 골밑을 돌파해 찬스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KB가 올시즌 내내 박지수를 중심으로 운용해온 작전과 전술을 하루아침에 바꿔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번 당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준비와 대비책을 마련하고 2차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른 선수들이 리바운드나 집중력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박지수 역시 동선을 줄이고 체력소모를 최소화해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큰 경기일수록 리바운드 한 개, 실책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KB가 많은 것을 바꾸기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강조해 2차전에 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 위원은 이어 “2차전마저 KB가 진다면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 승부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며 “9일 열리는 2차전은 이번 챔피언전 최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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