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촛불집회 그리고 성소수자의 죽음 / 방인환

한겨레 2021. 3. 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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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성소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나라에 성소수자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학자들은 전체 인구의 3% 정도라고 예상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100만명의 시민 중에 3만명은 성소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숫자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촛불집회가 있기 전부터 성소수자들은 거리에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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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1일 오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출발해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방인환 | 30대·경기 하남

또 한명의 성소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에도 군 복무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이목을 끌었던 변희수 하사다. 불과 며칠 전엔 제주도의 성소수자 운동가인 김기홍씨의 부고가 들려왔다. 이들의 죽음이 이어지기 직전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있었다.

성과 사회라는 대학 교양수업의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팀원들과 게이 클럽을 취재한 적이 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2016년 겨울이었다. 서울 종로에는 게이 클럽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다. 우리 일행은 목적지까지 자연스럽게 집회 인파에 섞여 걸어갔다. 거리는 평범했고 함께 거리에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난생처음 게이바에 출입했기에 다소 긴장한 우리에게 바의 주인은 “바깥에서 좋은 일 하고 오느라 수고하셨다”는 말로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촛불집회의 열기는 탄핵 뒤에도 식지 않았고, 시민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나왔다. 그때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 민심에 민감했던 선거였다. 다음 대통령은 시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현명한 답을 내놓아야 했다. 그때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도 동성애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토론회에서 한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에게 동성애에 찬성하느냐고 질문했고 이후 대통령으로 뽑힌 그 유력 후보자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나라에 성소수자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학자들은 전체 인구의 3% 정도라고 예상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100만명의 시민 중에 3만명은 성소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숫자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그들의 존재를 부정할 때마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촛불을 들었던 성소수자들은 어떤 심정일까?

촛불집회가 있기 전부터 성소수자들은 거리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을 대표해 정치적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죽음을 맞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시민의 정치가 혐오와 무관심 속에 힘을 잃고 사라져가는 모습을 목도하는 중이다. 동성애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은 새로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변화를 기대할 만한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으로서 그들을 지지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고한다. 성소수자를 탄압하지 말라, 더는 죽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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