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北에 집착해 도약 기회 날리고 있다

기자 2021. 3.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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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민주주의 회복 앞세운 바이든

中위협에 맞서 가치 동맹 강조

美주도 자유 진영 공급망 구상

한국엔 새로운 성장 이룰 기회

文 대북 환상에 허송세월 말고

동맹 강화해 황금 기회 잡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키워드는 민주주의다. 국내적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통해 안보 강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발표한 ‘잠정적 안보전략 지침’에서 “중국 위협에 대응해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면서 민주주의 복원을 역설했다.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는 “세계가 전제정치와 민주정치의 변곡점에 서 있다”며 민주주의 승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같은 전제 국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중국 공산당식 규범을 강요하지 않도록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봄 포린어페이스에 기고한 ‘왜 미국이 다시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글에서도 “민주주의는 미국 파워의 근원이고, 경제 부흥의 기축”이라고 했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와 안보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개최하겠다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핵 안보를 키워드로 내세워 동맹 외교를 한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전제적 포퓰리스트 때문에 세계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지 않도록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민주주의국 연대를 강화하고 자유 진영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를 중심축으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전략은 대한민국에 기회다.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4개 분야 핵심 소재 및 부품 공급망 재검토 관련 행정명령은 반중 글로벌 공급망 구축 움직임이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일견 악재로 보이지만, 반도체 등 한·중 혈투가 벌어지는 첨단 제조업 부문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중국이 빠진 자리를 우리나라가 메우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황금의 성장 기회를 맞게 된다.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영국은 앞서 민주주의 10개국(D10)의 5G 장비 공급 협력 문제를 제안한 바 있다. D10 국가 중 5G 장비 및 첨단 IT 제조업 생산 기반을 가진 우리가 자유진영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다.

설 연휴 직후 파이낸셜타임스(FT)의 e메일 뉴스 레터에는 ‘한국이 복합적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글이 실렸다. 에드워드 화이트 FT 서울특파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자협력, 그린 뉴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방침 등을 얘기하나 구체적 액션은 없다”고 썼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속에서 잠재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황금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자 영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에이단 포스터 카터는 이 글에 대한 FT 논평(2월 24일)에서 “문 정부가 글로벌 영향력 확대 기회를 걷어차는 것은 북한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북한을 잊고 글로벌 이슈에 집중해야 글로벌 미들 파워로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 전문가들도 이렇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대한민국에 큰 기회로 보는데 유독 문 정부만 시대에 대한 통찰력 없이 북한에 정신을 팔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매달리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엄포에 한·미 연합훈련을 부담스러워하고, 김여정 지침 이후에 만들어진 위헌성 대북전단금지법을 고수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한·미 동맹이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데 이어 21세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황금의 성장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뚜렷해지는데도 북·중 전체주의에 집착한다면 반(反)국익이다.

문 대통령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북한 인권을 외면한다면 한·미 공조는 기대하기 힘들다. 한·미 양국이 이 같은 문제로 갈등을 벌인 것은 박정희 권위주의 시대 때다. 지미 카터 행정부 이후 40여 년 만에 한·미가 충돌할 위험이 커졌다. 이를 피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거리를 둘 것이고, 대한민국은 역사적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런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다만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탄생할 때까지 대한민국이 맞은 황금 기회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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